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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fleur의 재즈 바 Le Mélody

비평쟁이 괴리 2011. 8. 13. 23:30

 미셀 세로(Michel Serrault)가 주연한 버터플라이 Le papillon가 상영된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가 타계했을 때(2007.07.29) 프랑스 미디어들의 집중적인, 무척 경건했던 추모가 생각이 났다. 우리의 미디어도 언젠가는 연예인들을, 그들의 사생활을 들추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그의 생의 예술적 의미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조명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자. 여하튼 미셀 세로 생각을 하다가 그가 말년을 지낸 옹플뢰르(Honfleur)가 생각이 났고, 권오룡, 이인성, 홍정선, 김태동과 함께 재작년 4월에 그곳을 여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쁜 골목길들이 얼키설켜 있는 언덕 그리고 뭍 안쪽으로 길쭉이 들어온 내해의 밤풍경이 무척 매혹적인 곳이다. 그런데 밤에 우연히 들른 재즈 바에서 한국인을 만난 건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50대 중반 가량의 콧수염을 기른 그 한국인은 재즈 바의 주인이었는데, 원래 워커힐에서 트럼펫을 불었던 악사로서, 인천의 모 대학에 불어 객원교수로 한국에 와 있던 프랑스 여인이 워커힐에 놀러갔다 그만 그에게 반해서 쫓아온 바람에, 그녀와 얼결에 결혼하고 프랑스로 건너 왔다고 하였다. 실제로 누가 쫓아 다녔는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겠으나, 그 말의 방식은 그 양반이 유머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준다. 우리는 한국인을 만난 반가움에 그가 겪은 인생유전의 특이함이 겹쳐 발동된 흥분에 부추겨져서 오랫동안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었다. 그는 한국을, 그리고 한국에서의 삶을 그리워하고 있었고, 재즈 바도 그런 그리움의 한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그의 재즈바는 토요일엔 악단을 불러 공연을 했고 평일엔 오후 11(?)부터는 노래방을 겸했다. 혹시라도 옹플뢰르에 구경가실 기회를 만난 한국인 관광객은 그의 재즈 바에 들러 보시길 권한다.

 

 

재즈 바 이름은 Le Mélody

주소는 58, rue Haute, 14600 Honfleur, France

전화는 (33) (0)2.31.89.36.24

여는 시간은 11-14, 17-오전 1(여름엔 2)

 

(2009.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