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막의 글 (41)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배설이 될 것 같아 안쓰려 했는데, 입으로 역류하는 바람에 그냥 ‘뱉고 만다.’ 알랭 들롱Alain Delon이 떠났다. 2024년 8월 18일. 1935년 11월 9일 생이니까, 서양 나이로 88세 10월. 예상할 것도 없이 한국의 모든 미디어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이 소식을 요란하게 타전했다. 긴 기사도 많았는데, 개인적인 소회가 대종을 차지했다. 영화사에서 그가 어떤 위치에 놓이는가, 하는 분석기사가 필요한 것 아닐까? 여하튼 그는 나를 포함하여 한국인 모두의 ‘애모인’이었던 게 분명하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너는 내 거였어!”라고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루이 알튀세르(1990.10.22)가 죽었을 때, 한국의 어떤 미디어도 한 줄 언급이 없었다. 장-뤽 낭시(2021.08..
Microsoft Bing에서 AI 검색 엔진이자 장치로 Copilot을 가동하고 있다. 어제 ‘실존’이라는 단어의 사용사를 검토하려고 김동리의 「밀다원 시대」를 다시 읽다가, 그 작품 안에서 자살한 박운삼이라는 시인이 실존인물인지 궁금해서 Copilot에게 물어보았다. 일시는 2023년 11월 16일 오후 1시경. 질문 장치: Internet Brower Microsoft Bing이 장착한 Copilot 질문의 본문은 다음과 같다. “1951년에서 1952년 사이에 자살한 20-30대의 한국 남성 시인이 있는지 찾아봐 줘.” 다음과 같은 대답이 왔다. (어제 일이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서 대강의 내용만 전함) “1951년에서 1952년 사이에 자살한 20-30대 한국 남성 시인은 검색되지 않습니다. 그..
※ 아래 글은 최근 문체부의 '한국문학 번역원'의 실태조사와 언론보도가 야기한 소란을 보고 걱정이 되어 쓴 글로서, 조선일보 인터넷 버전에 '기고' 형식으로 게재되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올린다. 최근 ‘한국문학 번역원’의 운영이 부실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가 다수의 언론에서 보도되었다. 기사를 보면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번역원의 역할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문학 번역원이 설립된 것은 1990년대이다. 그 시기 해외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일어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설립 이후 ‘대산문화재단’과 함께 각종 정책을 만들어가면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하였다. 그동안 영국의 ‘맨부커상’에서 한국문학 작품이 수상하거나 ..
※ 아래 글은 지난 해 8월 타계한 나의 외우 홍정선(인하대 명예교수, 전 문학과사회 편집동인)교수에 대한 추모글이다. 계간 '문학과사회' 2022년 겨울호에 실렸다. 이 잡지가 지난 호가 되었기에 블로그에 올린다. 홍정선(1953~2022)이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그는 문학평론가였고, 한국문학자이고 대학 교수였으며, 문학과지성사 사장을 지냈다. 또한 수다한 중국인 제자들을 배출하고 중국 문인들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중국전문가이자 친중인사였다. 그리고 팔봉비평상을 운명하기 직전까지 운영하였다는 사실도 적어야 하리라. 작고 당시 이청준 기념사업회 이사장직에 있었다는 것도. 이 사항들은 아주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서, 지식인으로서의 홍정선의 모습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고려해야..
※ 아래 글은 3월 3일 타계한 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를 추모하는 글이다. 조선일보 3월 15일자에 실렸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 오에 겐자부로가 돌아가셨다. 그는 1958년 약관 23세에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면서 일본의 일급 소설가로 부상하였고,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 대문호의 반열에 등록하였다. 동시에 그는 세계 평화운동과 핵반대운동, 그리고 모든 피해자, 소수자, 장애인들의 ‘생명권’을 옹호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는 적어도 세 가지의 이유로 오래 기억될 것이고,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그는 일본 문학의 중요한 세 문학 경향 중 하나를 주도했다. 다니자키와 가와바다 야스나리가 대표한 토속 문학이 한쪽에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표하는 자극적 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