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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시인 김이듬이 미국에서 두 개의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고 언론이 전한다. 축하할 일이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시는 세계의 독서인들이 기꺼이 애호할 역동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 점에서 김이듬 시인의 수상은 어쩌면 자연스런 맞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인의 인지도를 감안한다면 놀랍고 기쁜 일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스웨덴 한림원이 미국 시인을 선택한 것보다 미국 문인들이 한국시인을 선택한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북구에서 날아온 올해의 소식이 납득이 영 되질 않는 데다가 결국 유럽과 미주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쪽 취향에 공연히 심사가 틀려 코 풀 듯이 뱉는 푸념이다. 남의 잔치에 토를 다는 것만큼 촌스런 일도 없다는 걸 뻔히 아는 바이..

※ 이 글은 오늘(2020년 10월 19일) 발표된 제 5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선정이유서이다. 조선일보의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이곳에도 싣는다. 러시아 한인 강제 이주사를 다루고 있는 김숨의 『떠도는 땅』은 요령부득이고 불가항력이며 속절없었던, 20세기 한국인의 가혹한 수난을 바투 뒤쫒는다. 거기엔 이유도 없고 진실도 없다. 오로지 명령과 기차만이 있을 뿐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 한 결코 멈추지 않을 일방성의 운명만이. 이 열차 속에선 모든 것을 박탈당한 채 생존 본능이 겨우 꼬무락거리는 약소민의 신음이 중구난방으로 새어나온다. 그들의 신음은 함께 내뱉는 웅절거림이자 제각각의 할딱거림이다. 작가의 치밀한 묘사는 집단적 운명과 개인적 대응들의 어긋남 쪽으로 비극을 이동시키며, ..

며칠 전 베르나르 스티글레르(Bernard Stiegler, 1952.04.01.-2020.08.06.)가 세상과 작별했다. 수년 전 돌아간 클로드 란쯔만Claude Lanzmann(1925-2018)의 경우처럼 우리 언론에선 다루지 않았다.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유럽의 지식인들, 그리고 그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자신의 삶의 행로를 선회했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절박한 생계의 곤란에 내몰려 은행강도를 하고 감옥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감옥에서 데리다를 비롯, 유럽 글쟁이들의 책을 읽고, 공부를 다시 해, 기술철학의 대가가 되었다. 그의 생각은 독창적이지 않았으나, 유럽적 사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균형과 명석성, 그리고 공정성에 대한 감각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고,..
‘프랑스 2’ TV채널은 일요일 오전 시간대를 종교 방송으로 채우고 있다. 불교에서 시작해, 마호메트교, 유대교, 동방정교, 프로테스탄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톨릭의 미사로 끝난다. 이 시간대 내내 종교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실천들, 그리고 생활양식들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아침나절 내내 이 채널을 켜놓고 있다. 오늘은 ‘프로테스탄트 다큐멘타리’에서 슈바이처 박사의 생애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그이의 헌신적인 삶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직접 그에게 치료를 받았던 사람들, 그의 옆에서 그를 도왔던 사람들의 육성을 통해 그의 행적을 든는 건 특별한 감동을 느끼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나를 뭉클케 한 것은 슈바이처 박사가 임종의 순간에 했다는 말이었다. 산파일을 하면서 그를 도왔던 ..
나에게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 혹은 그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어떤 계기로 알게 되어 그의 글을 한 줄이라도 읽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그걸 가지고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등 엉뚱한 생각에 빠져드는 건, 내 잠재의식이 내 나이가 멈춰 있는 줄로, 아니 한 자리에서 영원히 생동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또 다른 중세를 위하여』의 자크 르 고프Jacques Le Goff가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읽은 게 며칠 되지 않았는데, 그저께는 TV에서 베스트셀러『푸른 자전거La Bicyclette bleue』로 유명한 대중소설가 레진 드포르쥬Régine Deforges가 향년 78세의 나이로 타계했다는 뉴스를 반복해 타전하였다. 몇 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