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승옥 (4)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김승옥은 4․19세대의 선두 주자에 속한다. 4․19세대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세대이다. 그 이전까지 한국인에게 삶은 바깥으로부터 난입한 재앙이었다. 35년간의 식민지의 역사,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도적처럼 닥친” 해방, 좌 ∙․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의한 분단과 전쟁, 그리고 독재로 이어진 20세기 전반기의 한국사에서 한국인의 삶 은 ‘타인에 의해’ 그리고 ‘타인을 위해’ 저질러진 ‘타인의’ 삶이었다. 한국인은 어느 때에도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인간임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한국인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사건, 그것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린4․19학생혁명이었다. 4 ∙ 19와 더불어 한국인은 마침내 ‘사람’으로서, 다시 말해, ‘창조적 주관 (creative su..

※ 아래 글은 제52회 동인문학상 제 9차 독회에 제출된 심사의견의 수정본이다. 초고본은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동인문학상 대상작 검토 주기는 전해 8월부터 당년 7월까지이다. 2021년 동인문학상 독회는 올해 7월 출간작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으로 끝난다. 마감을 하면서 오랫동안 망설였던 얘기를 하고자 한다. 한국문학은 시방 근본적인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지난 9월 10일자 『조선일보』에서 이기문 기자가 쓴 「그 많던 문학 밀리언셀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근래 10여년 간에 진행된 한국소설 판매량의 급감은 독자들이 한국문학에서 전면 철수를 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이 위기의 원인들과 상황은 단일..

※ 아래 글은, KBS가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공동으로 기획하여 매주 일요일 9시 뉴스에 소개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소설' 중 '김승옥편'에 대해서 일종의 '해제' 형식으로 쓴 글의 원본이다. 원본이라 함은 KBS홈페이지 발표본에선 삭제되었던 부분을 되살렸다는 의미다. 삭제한 까닭은 해당 부분이 일반 발표본으로선 독자들의 이해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에는 주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시기 때문에 되살려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대한 KBS 방송은 2021년 7월 11일 오후 9시 뉴스에서 방영되었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30483에서 볼 수 있으며, 발표된 축약본은 https://news.kbs..
순수 개인의 세계를 처음 그리다 「서울 1964년 겨울」이 오늘날에도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1960년대에 등장했을 때, 김승옥의 소설들은 모두가 화려했다. 그것들은 통째로 젊었고 한편 한편이 ‘감수성의 혁명’(유종호)이었다. 그로부터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작품들은 연륜 속에서 썩 점잖아진 듯이 보인다. 이제 젊은 독자들이건 나이 든 독자들이건, 그의 소설들을 생생한 감각으로 읽기보다는 역사 속에 새겨진 한국인의 옛 경험으로, 혹은 지긋한 나이가 되어 되돌아보는 ‘젊은 날의 초상’으로 읽는다. 그 독서에도 당연히 생생함이 있으리라. 그러나 그 강렬함은 ‘의식적’이다. 어떤 거리를 독자의 뇌와 심장 속에서 더듬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미련처럼, 안식처럼, 동경처럼 차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