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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관 ‘김현관’ 개관기념행사

비평쟁이 괴리 2011. 10. 3. 12:55

930, 목포문학관 김현관이 개관하여, 문학과지성사의 식구들이 대거 원족을 했다. 1995년 김현 선생 흉상을 그곳에 세울 때로부터 16년만이었다. 그 동안 문학관은 장소를 옮겨 새 단장을 했다. 나는 2008년 말 작가회의 목포 지부의 초청으로 김현 선생에 관한 얘기를 하러 목포에 갔을 때 이미 구경하긴 했는데 다시 보니, 역시 잘 꾸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 이미 들어 있던 김우진, 박화성, 차범석 선생들의 각 이 왕들의 무덤처럼 근사하게 차려져 있었다. ‘김현관은 김치수·한순미 선생이 뽑고 다듬은 글을 중심 재료로 해서 박정환·신옥주 부부가 꾸몄다고 하는데, 마치 천체관 같았다. 거기 심어진 글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사방에 반짝이며 서서히 이동하면서 구경 간 이의 혼을 시나브로 빼앗고 있었다. 나는 편도 우주선을 타고 영원히 날아갈 것만 같은 심정에 사로잡혀 오래 보지 못하고 빠져 나와 친숙한 무덤들 속을 어슬렁거렸다. 부장품들에 설렁설렁 눈길을 주며 스쳐 지나는 가운데, 방금 전에 김현 선생의 차남인 김상수군이 아버지가 물려 주신 도구 칼을 분실한 줄 알았는데 여기에 있다고 놀라워하고 아쉬워하던 말이 여운처럼 귓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제 한국문학 및 김현 선생의 삶과 관련된 김현 선생의 모든 자료들은 목포 문학관에 가야 볼 수 있게 되었다. 김현 선생이 남긴 유산의 항구성을 위해 그리고 훗날의 연구자들을 위해 보존과 개방이라는 두 개의 길항적 원칙을 잘 조화시켜 가주기를 바랄 뿐이다.

개관 테이프를 끊는 행사가 끝난 후에 나와 한순미 선생이 김현 비평에 대해 각자 발표를 하였다. 내 발표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고 한순미 선생의 발표가 김현에 홀린 사람이 아주 진지하고도 성실한독법으로 김현의 내면으로 들어가려고 한 흔치 않은 시도였다는 점을 적어두기로 한다.

한 가지 특기할 사항: 행사가 시작될 초입에 목포시향의 금관오중주단이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실내 행사에 대개 현악기가 동원되는 걸 자주 보아서 그런지 꽤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이곳이 항구라는 걸 생각하고 이곳에서는 금관이 어울린다는 걸 깨달았다. ‘뱃고동소리에 화답할 악기가 그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승옥의 환상수첩에서 윤수가 썼던 시가 문득 기억 세포의 주름을 건드렸다.

 

산화(散華)하고 싶은 겨울

섬으로 가는 때 낀 항로는

트럼펫이 울려서

혼례(婚禮)

바다 위엔 가화(假花)가 날려도

나의 동정(童貞)

한 치

한 치

움이 돋는다.

 

(201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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