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울림의 글/평론과 연구 (10)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는 지난 해 타계한 홍정선 교수의 유고 비평집, 『비평의 숙명』(문학과지성사, 2023.08)에 서문으로 쓰인 글이다. 홍정선 교수를 추모하며,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그의 비평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며 블로그에 올린다. - 홍정선의 비평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날을 위해 바치는 제주(祭酒) 한 잔 글과 삶의 병존 문학평론가이고 인하대 명예교수였으며, 계간 『문학과사회』 편집동인과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사를 지낸, 고(故 ) 홍정선(洪廷善)은 2022년 8월 21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작고했다. 향년 69세. 병인은 심장병이다. 그는 1년 이상 심장 이식의 기회를 기다리며 인내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으나 끝내 발전된 의학의 도움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심장병 외에 병발적으로 진행된 다른 ..
※ 아래 글은 '한국문학 번역원'이 개최한 심포지엄, 'AI시대의 도래와 문학 번역의 미래'(2023.05.26. 11:00-18:00,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기조강연으로 발표된 것이다. 실제 기조 강연에 쓰인 PPT와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이 글을 포함, 심포지엄 전문은 한국문학 번역원 홈페이지(https://ltikorea.or.kr/kr/board/dataevent/boardList.do)및 KLWAVE(https://klwave.or.kr/www/main.do)에서 읽을 수 있다. '한국문학 번역원'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올린다. AI 시대가 도래했다. 199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몬Herbert A. Simon이 AI가 문학비평을..

※ 아래 글은, '더 칼럼니스트'라고 하는 인터넷 고급교양미디어(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인문적 소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마련된 웹사이트)에 '월평'으로 게재된 글이다.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글이 본래 실린 곳의 링크는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1291 친일문학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한다 - 더칼럼니스트 이제껏 볼수 없었던 친일문학 연구서구광모의 『친일문학에서 항일문학으로』(조명문화사)는 지금까지의 한국문학 연구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희귀한 연구로서 기록될 것이다. 아니 연구사 www.thecolumnist.kr 이다. 구광모의 『친일문학에서 항일문학으로』(조명문화사, 2022.07)는 지금까지의 한국문학연구사에서 찾..

정명환 선생님이 그동안 읽어 오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독후감이자 분석서인 『프루스트를 읽다』(현대문학사)를 상자하셨다. 찾아 뵐 때마다 프루스트 읽은 소감을 말씀하시곤 했는데, 마침내 완독하시고 독서의 결과물을 내놓으신 것이다. 늘 감복하는 바이지만 선생님은 한순간도 공부를 놓지 않으셨다. 프루스트를 읽으시는 동안에도 『노자』와 그에 관련된 책들을 꾸준히 챙겨 읽으셨고, 그에 대한 선생님의 사색을 적은 노트를 내게 보여주시기도 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최근에 겨우 시간을 내어 선생님의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나에게 일어난 느낌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동 이상의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를 휩싼 것은 ‘놀람’이었다. 아니 ‘놀람들’이라고 말해야 하리라. 이 복수의 ..

우연히 읽게 된 소현숙의 『이혼 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 : 근대적 이혼제도의 도입과 젠더』(역사비평사, 2017)는 보기 드문 근대사 연구의 수작이다. 1910년대의 이혼 소송 사건들을 통해서 당시 조선 여성들의 일상사를 복원한 이 연구는 세 가지 점에서 특히 주목을 요한다. 첫째. 한 시대의 역사를 제도와 정치의 반영으로 보는 관점을 벗어나 제도와 욕망의 길항 관계와 그 양상들의 탐구로 나아갔다는 것. 그럼으로써 역사는 주어진 ‘변수’의 ‘계산 값’이기를 그치고, 그 자체 끊임없이 생동하는 투쟁과 협상의 과정이라는 깨달음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 근대사는 제국주의의 만행이 자행된 수난의 역사라는 관점과 나라를 구하고자 불같이 일어선 조선 민중의 항거의 역사라는 관점을 동시에 넘어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