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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미국 MLB에서 일본 출신의 오타니 쇼헤이Shohei Ohtani가 7월 28일 더블헤더에서 완봉승과 연타석 홈런을 날려서 큰 화제다. 나는 스포츠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지만 미디어 속의 소란을 보면서 문득 SF 대하 연속 드라마 ‘스타트랙Star Trek’의 ‘DS9 [Deep Space 9]’(1993-1999)에 등장하는 프로야구 선수 ‘벅 보카이Buck Bokai’(Keone Young 扮)가 생각이 났다. 보카이 역시 일본 출신의 선수로서, 저 옛날 결코 깨지지 않으리라 예측되었던 조 디마지오의 56게임 ‘연속 안타’(1941)를 마침내 깨뜨린 인물로 등장한다. 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호기심이 동한 까닭은 둘 다 일본인이라는 점을 넘어서 성(姓)의 발음이 모음에서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

※ 아래 좌담은 김현 선생 30주기를 추념하여 나눈 좌담이다. 상당히 길지만, 필요한 독자가 있을 것 같아, 블로그에 올린다.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 고(故) 홍정선 전 인하대 교수, 김연권 전 경기대 교수, 이철의 상명대 교수, 그리고 정과리가 참여했다. 2020년 4월 9일 문학과지성사 회의실에서 진행되었고, 『문학과사회』 2020년 여름호에 실렸다.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허락해준 좌담 참여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인간 김현과의 첫 인연, 그리고 문학의 시작 정과리 : 올해(2020)가 김현 선생님 돌아가신지 30주기입니다. 6월 27일 돌아가셨으니까 지금 개월 상으로는 조금 남아 있습니다마는 이 좌담이 출판되는 게 여름호이니까요. 김현 선생님의 30주기에 딱 맞춰서 나가는 셈이 되겠습니다. ..

며칠 전 세르쥬 두브롭스키가 ‘오토 픽션’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사정에 대해 간단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보완을 위해서, 그가 ‘오토픽션’의 이름 하에 펴 낸 소설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올린다. 뉴욕에서 프루스트Marcel Proust를 편하게 가르치던 한 대학교수가 어느날 문득 ‘스완 Swann[=프루스트의 『낯선 시간속으로』의 주 인물. ‘우아한 스노비즘’이라고 말할 수 있는 태도의 구현자 – 인용자 주]은 바로 나다’라는 발견을 하게 되고, 그 후 기이한 모험에 빠져든다. “‘자신의 부류가 아닌” 어떤 여자와의 끈덕진 사랑에 휘말려 든 것이었다. 프루스트 작품에 대해 스스로 행한 분석이든, 자신의 상담 분석가에게서 들은 열광적인 강의들이든, 어떤 것도 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실..

윤동주 기념관(핀슨홀)이 새로 개관한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관이 늦어졌으나, 이제 미리 예약하고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기념관을 개관할 당시에 윤동주에 대해 몇 마디 한 게 유튜브에 등록이 되어서,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링크를 소개하고자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0FzGmJHt7Lw 이 난에 쓰인 사진 하나는, 윤동주가 도일하기 전에 후배 정병욱에게 맡겼던(그리고 정병욱이 고향집의 마루장 밑에 독을 파고 감추어서 해방 후 빛을 볼 수 있었던) 자필 수고본의 표제 부분이며, 다른 하나는 윤동주 기념관을 비스듬히 찍은 것이다. 이 사진들은 윤동주 기념관 개관 기념으로 '윤동주 기념 사업회'에서 만든 위 자필 수고본의 인쇄본 「하늘과..

※ 이 글은 『포에트리 슬램』 제 7호(2020.10)에 발표한 글이다. 잡지가 나온 지 시일이 꽤 흘렀기 때문에 블로그에도 싣는다. 1. 쥴리에트 그레코를 추모하며 지난 9월 23일 쥴리에트 그레코Juliette Gréco(1927-2020)가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와 함께 20세기 프랑스의 대중 음악을 대표했던 여성 가수가 현실이라는 무대에서 퇴장하였습니다. 향년 93세였으니 에디트 피아프(1915-1963)에 비하면 수(壽)를 누리셨다고 할 수 있으나 일찍 돌아가신 분은 제가 그이를 알았을 때 이미 고인이셨던 데 비해, 지난달 돌아가신 분은 제가 고등학생 시절 처음 그 이름을 들은 이후 지금까지 저에게는 ‘살아있는 신비’였으니, 이 가수의 사라짐은 더 큰 요동을 내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