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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오늘의 소설에 대한 세 가지 답변 [1] 1. 대중문화의 기법․형식 수용문제 질문:최근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장편소설들은 추리소설의 기법이나, SF소설의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대중소설의 기법이나 대중문화의 형식들이 본격소설에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현상일텐데요. 이러한 소설 형식의 변모가 지닌 새로운 의미와 한계에 대해서 비평가의 입장에서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50년대의 실험극단들이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센느강 좌안에 옹기종기 모여서 ‘코메디 프랑세즈’의 정통 고전 연극과는 다른 연극을 만들고 부수기를 되풀이한 새 연극인들은 보드빌, 인형극, 신문 가십, 저자거리의 저속어들에서 재료를 취하여 그들만의 특이한 연극 언어와 기법을 제작해내었고, 마침내 그들의 연..
최근에 무슨 표절 사태가 있었나 보다. 새벽부터 우리 과의 유 시어도어 준 교수가 '카카오톡'으로 나를 불러내어 표절 현상에 대해 물어봤다. 유교수와 이런저런 사담을 나누다가(매우 시니컬하고 자조적인 그래서 썩 많은 웃음을 함유한 대화였으나, 지극히 사적인 내용들이 있어서 공개할 수는 없다), 김수영의 「시작노트 6」을 읽어 보기를 권하였다. 아래는 김수영의 글의 일부이다. 나는 번역에 지나치게 열중해 있다. 내 시의 비밀은 내 번역을 보면 안다. 내 시가 번역 냄새가 나는 스타일이라고 말하지 말라. 비밀은 그런 천박한 것은 아니다. 그대는 웃을 것이다. 괜찮아. 나는 어떤 비밀이라도 모두 털어내 보겠다. 그대는 그것을 비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 그대의 약점이다. 나의 진정한 비밀은 나의 생명밖에..
나에게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 혹은 그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어떤 계기로 알게 되어 그의 글을 한 줄이라도 읽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그걸 가지고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등 엉뚱한 생각에 빠져드는 건, 내 잠재의식이 내 나이가 멈춰 있는 줄로, 아니 한 자리에서 영원히 생동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또 다른 중세를 위하여』의 자크 르 고프Jacques Le Goff가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읽은 게 며칠 되지 않았는데, 그저께는 TV에서 베스트셀러『푸른 자전거La Bicyclette bleue』로 유명한 대중소설가 레진 드포르쥬Régine Deforges가 향년 78세의 나이로 타계했다는 뉴스를 반복해 타전하였다. 몇 달 ..
지금 프랑스 문학판은 『마가진 리테레르Magazine littéraire』 편집장 조셉 마세-스카롱Joseph Macé-Scaron의 표절 사건으로 시끌벅적하다. 언론에서 단신으로 다룰 때만 해도 잠시 후 잊혀질 미풍의 해프닝인 줄 알았는데, 단신들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이제는 국가적 후안무치에 대한 성토의 상황으로까지 커져, 『르 몽드』의 지난 주 금요일 판 북 섹션에서는 한 면을 통째로, “표절자들의 낙원”이 되고 만 프랑스의 고질을 파헤치는 데 할애하고 있다. 베아트리스 귀레Béatrice Gurrey가 쓴 『르 몽드』의 기사에 의하면, 문학 교사인 에블린 라루스리가 미국으로 바캉스를 가면서 읽은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의 『웃기는 미국인들』(2001)의 몇 대목이 올해 나온 마세-스카롱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