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울림의 글/소설읽기 (110)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일곱 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지난 5년 동안 전 세계는 ‘코로나 감염병 사태’로 독한 몸살을 앓았다.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사망자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감염으로 인한 후유증도 심각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여러 차례의 변이를 통해 약화되어 이제 풍토병(엔데믹)으로 정착했다는 선언이 나온 지가 1년이 넘었는데, 며칠 전 신문에는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보도가 실렸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코로나를 다룬 문화물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만화(웹툰 포함), 영화, 드라마, 게임, 노래 등에서 상당수 배경으로 쓰였는데, 사태 자체를 다룬 작품은 몇몇 드라마에서 단편..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여섯 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김종광은 대 작가 이문구와 동향으로서, 비슷하게 고향의 현장을 소설적 소재로서 취해 왔다. 이문구의 고향 소설은 철저한 지역성에 근거해 있다. 그 지역성은 타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웃 지역의 사람들도 해독하기 까다로운 방언의 광범위한 사용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문구 문학의 지역성은 중앙 정부의 정책에 휘둘리는 지역 주민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표출하였다. 생생하다는 말은 농촌의 상황을 정부와 농민 사이의 직접적인 대립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갈등의 예각을 다면화하여 삶의 복잡한 실상을 체감하게 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 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여섯 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성혜령의 『버섯 농장』(창비, 2024.04)은 종래의 소설적 문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두드러지는 건 인물들의 집요한 의식 혹은 몸의 성향이다. 그들 앞으로 사건들이 툭 튀어나와 나무토막들처럼 굴러 다닌다. 이 사건들은 원인이 희박하고 맥락도 거의 없다. 최초의 원인은 있으나 전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갑자기 발발한 것들이 사라지질 않는다. 사건들에 긴박한 논리적 연결이 있을 때에는 인물들이 그 사건 둘레에서 겉돌기 일쑤이다. 그들은 사건에 참여하지 못한다. 인물들은 그런 사건들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집요하게 매달리거나,..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다섯 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 최제훈의 소설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문학과지성사, 2024.03)에서 거의 최제훈스럽지 않은 밋밋함을 보고 놀랄만하다. “이 사람이 나이를 먹었나?” 본래 매우 자극적인 말의 향신료를 듬뿍 칠한 추리적 재능이 번득였던 작가는 소재를 ‘사이파이’ 쪽으로 옮겨 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전개되는 서사는 미래에 대한 씩씩한 도전도, 아니면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재앙적 사건들도 아니다.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버렸다는 느낌 혹은 판단으로부터 비롯되는 무기력의 미립자들이 작품들의 바..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다섯 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지난 독회에서 문지혁의 『고잉 홈』을 후보작으로 올리면서, 그 소설의 주제를 “한국인에게 미국이란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서수진의 『골드러시』(한겨레출판, 2024.03)는 그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책이다. 즉 서수진 소설집의 주제를 “서양에게 한국인은 무엇인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서양인들의 시각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작품들의 대체적인 내용은 미국 및 호주에 입국해 정착하는 아시아인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각 안에 포집된 한국인들 자신의 행태이다. 문장이 복잡한 것은 이중의 시각이 개재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