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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1993년 8월 낙성대 근처에서 정정호 교수(중앙대 영문과)가 주회한 해외 문학이론 수용에 관한 발표에 대한 토론문이었다. 발표회의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선생님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진행을 맡고 계신 정명환 선생님이나 발표를 해주신 김윤식, 곽광수 선생님은 모두 제가 강의를 직접 들은 바 있는 스승님이십니다. 예전 같으면 스승의 그림자도 안밟는다고 했는데 이렇게 옆자리에 앉아 있으니 송구스럽기 이를 데 이를 데 없습니다. 서두가 좀 호들갑스러워졌는데, 학창시절의 기억이 불현듯 제게 몰려왔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대학교 1학년땐가 2학년 때 김윤식 선생님으로부터 뉴 크리티시즘 강의를 받은 적이 있었는 데, 바로 오늘 선생님께서 발표하신 내용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어..

정명환 역,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가 품은 재번역의 의의 한국의 번역문학은 지지부진하지만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것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재탕’을 폄박(貶薄)하는 한국인 특유의 순수주의와 번역에 대한 정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개화기 이래 전통적 사유틀의 붕괴로 인해 바깥 지식에 대한 욕구가 팽대(膨大)하였고, 또 그 욕구에 힘입어 바깥 나라의 외국어를 체득한 연구자들이 착실히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이 지지부진과 꾸준함이 미묘하게 얽힌 상태로 한국의 번역문학이 도달한 수준은 외국 문헌의 ‘정확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요 근래의 몇 차례의 번역 논쟁을 통해 여전히 오역과 역서선정기준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제 3국어(일어나 영..

※ 아래 좌담은 김현 선생 30주기를 추념하여 나눈 좌담이다. 상당히 길지만, 필요한 독자가 있을 것 같아, 블로그에 올린다.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 고(故) 홍정선 전 인하대 교수, 김연권 전 경기대 교수, 이철의 상명대 교수, 그리고 정과리가 참여했다. 2020년 4월 9일 문학과지성사 회의실에서 진행되었고, 『문학과사회』 2020년 여름호에 실렸다.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허락해준 좌담 참여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인간 김현과의 첫 인연, 그리고 문학의 시작 정과리 : 올해(2020)가 김현 선생님 돌아가신지 30주기입니다. 6월 27일 돌아가셨으니까 지금 개월 상으로는 조금 남아 있습니다마는 이 좌담이 출판되는 게 여름호이니까요. 김현 선생님의 30주기에 딱 맞춰서 나가는 셈이 되겠습니다. ..

※ 아래 글은 지난 3월 18일 돌아가신 정명환 선생님에 대한 추모글로서 '현대문학' 5월호에 발표되었다. 과월호가 되었기에 블로그에 싣는다. I. 입학한 지 1년 반 후, 불어불문학과에서 강의를 듣다. 1975년이었다. 한국이 한창 경제성장 중인 줄은 나중에야 알았고 반은 농촌이고 반은 도시인 동네에서 자라면서, 대충 어림해서 사회적 야만 상태를 거의 벗어나지 못한 수준을 맴도는 나이에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3월에 입학식을 치르고 학우들과 통성명하고 수업을 하면서, 나는 한국의 대학 신입생은 두 부류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대학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서 그것을 딛고 보다 높은 지위를 향해 뜀뛰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하나는 대학을 고등학교 때까지 대학 입학을 위해 묵혀두기만 했던 온..

정명환 선생님이 그동안 읽어 오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독후감이자 분석서인 『프루스트를 읽다』(현대문학사)를 상자하셨다. 찾아 뵐 때마다 프루스트 읽은 소감을 말씀하시곤 했는데, 마침내 완독하시고 독서의 결과물을 내놓으신 것이다. 늘 감복하는 바이지만 선생님은 한순간도 공부를 놓지 않으셨다. 프루스트를 읽으시는 동안에도 『노자』와 그에 관련된 책들을 꾸준히 챙겨 읽으셨고, 그에 대한 선생님의 사색을 적은 노트를 내게 보여주시기도 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최근에 겨우 시간을 내어 선생님의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나에게 일어난 느낌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동 이상의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를 휩싼 것은 ‘놀람’이었다. 아니 ‘놀람들’이라고 말해야 하리라. 이 복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