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2001년 '현대시 신인상' 심사평 본문

심사평, 추천사 등

2001년 '현대시 신인상' 심사평

비평쟁이 괴리 2022. 12. 8. 08:20

박진성의 시는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인다. “수유여중 학생들 겔포스처럼 언덕으로 흘러내리고 있어는 교문 앞 언덕을 주르르 내려오는 하얀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을 썩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온갖 타악기를 태우고 기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도 상투적인 감각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결같이 반복되는 기차 소리를 때마다 장소마다 다르게 들을 수 있게끔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의 섬세함은 진실함과도 통하고 있어서 삶의 애환이 예리하게 포착되고 있다. “느린 자전거 한 대만 쓰러져도 모두가 다칠 것 같은 밤의 시장길 모퉁이같은 구절은 시장 골목에서의 힘들고 고단한 삶을 겪었거나 체감하지 않으면 씌어질 수가 없다. 약점이 있다면 그가 생을 미리 비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의심이 들게 할 만큼 시들이 감상적인 우울에 꽤 침윤되어 있다는 것이다. 삶은 비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미리 비관적일 까닭은 없는 것이다. 이 말은 사후(事後)의 생을 그리기보다 진행 중의 생을 언어의 몸으로 보여줄 것을, 혹은 풍경에서 사건으로 시의 무대를 이동시키기를 권유하고 싶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어쨌든 그는 뛰어난 자질을 가졌다. 그 자질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