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대시 신인상' 평론 부문 심사평

장철환씨의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는 김혜순 시의 ‘여성성’의 욕망이 전개되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추적하여 묘사한 글이다. 짚어 읽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씨의 글은 시의 생성과정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점에서 현상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나 그 현상학은 드러난 이미지들의 변주를 기록하는 그것이 아니라, 감추어진 욕망과 드러난 이미지들 사이의 구조적 관계와 기능을 따지는 ‘구조현상학’적 작업을 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작업을 통해서 씨는, 김혜순 시의 욕망이 세계와 내면을 폐쇄된 원환형식 안에 가두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폐쇄성의 밑바닥에 슬픔의 감정이 깔려 있음을 밝히는 한편, 그 원환 형식이 그 자체로서 세계에 저항하는 욕망의 수레바퀴로 부단히 굴러가고 있는 양상을 복원하면서, 그 운동이 그리는 실존적 비극성을, 즉 ‘세계의 전적인 수락과 동시에 전적인 부정’이라는 복합적 태도의 실행을, 독자에게 체감케 하고 있다. 씨의 섬세한 텍스트 읽기와 끈질긴 주제의식이 궁극적으로 시를 생생한 삶의 무대이자 동시에 사건으로 체감케 해, 우리의 정신적 모험을 풍요롭게 해주리라 기대하며, 당선을 축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