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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신승철의 『아담의 첫 번째 아내』 본문
신승철의 『아담의 첫 번째 아내』(삼인, 2020)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세자빈 폐위사건을 이어쓰기하는 모임의 구성원들이 연쇄살인 당하는 이야기가 배경이며, 그 사건을 형사와 기자와 술집 주인이 풀이해 나가는(또한 풀어나가는) 과정이 본 이야기다.
재벌과 조폭을 연결시키는 통속적인 발상과 결론에서의 갑작스런 평면화가 약점이긴 하지만, '글쓰기'의 양태는 이 작가가 이 작품에 들인 공을 실감케 한다.
무엇보다도 네 겹의 언어층, 아니, 세 겹의 언어층과 그 언어층을 두르고 있는 비-언어 거죽이라는 구조가 눈에 띈다. 즉 맨 밑바닥의 세자빈이 세종에게 쓴 항의 서한, 다음 가운데에 놓인 연쇄살인 사건 서술, 마지막으로 맨 위의 세 인물의 대화라는 세 겹의 언어층이 일종의 반사 구조를 이루고 서로를 비추어내고 있다. 그 반사 작용을 통해 '편지', 사건의 단편정보들, 대화라는 '희박한 소통 양식'들의 작동이 큰 호기심과 박진한 실감이라는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세 언어층을 두르고 있는 비-언어거죽은 이 활발한 언어 작용들이 현실적으로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는 '무시무시한 침묵'으로 작용한다. 침묵하면서 모든 것을 좌절시킨다. 문학의 비극성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또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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