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박정애의 『덴동에미전』 본문
이 글은 지난 7월 20일 동인문학상 독회에서 소수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박정애의 『덴동어미전』(한겨레출판)은, 엿장수이자 거지꼴인 ‘덴동어미’와 동네 어른인 ‘안동댁’을 양축으로 해서 한 마을의 여인네들이 고단한 일상을 뒤로 접고 화전놀이를 간 이야기이다. 한국여인들의 고난과 해방 충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 드물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우선 형식의 특이성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와 노래를 포개어 쓴 중첩적 형식을 가지고 있다. 독자는 이야기에서 사연을 듣고 노래를 부르며 삶을 이겨내는 에너지를 얻는다. 다음, 문체의 사실성이다. 안동 지방의 사투리가 중심어인데도 불구하고 묘사가 정확하고 조리가 분명해, 소설 속 사건을 핍진하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말의 힘이다. 이 소설에서 여인들의 집단 언어는 나볏하고 유장하며 아귀세다. 그들이 모여 말을 나누면 세상의 어떤 두려움과도 맞설 수 있다. 그래서 그 분위기가 마치 수호전을 읽는 듯하다. 여인네들의 화전놀이터는 언어의 양산박이다. (쓴날: 2012.07.21. 발표:『조선일보』 2012.07.24)
'울림의 글 > 소설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승철의 『아담의 첫 번째 아내』 (0) | 2020.04.05 |
---|---|
권여선의 『비자나무 숲』 (0) | 2013.04.29 |
박형서의 놀라운 진화 (0) | 2012.01.29 |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0) | 2011.10.14 |
김성중의 『개그맨』 (0) | 2011.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