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박정애의 『덴동에미전』 본문

울림의 글/소설읽기

박정애의 『덴동에미전』

비평쟁이 괴리 2012. 7. 24. 10:25

 

이 글은 지난 720일 동인문학상 독회에서 소수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박정애의 덴동어미전(한겨레출판), 엿장수이자 거지꼴인 덴동어미와 동네 어른인 안동댁을 양축으로 해서 한 마을의 여인네들이 고단한 일상을 뒤로 접고 화전놀이를 간 이야기이다. 한국여인들의 고난과 해방 충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 드물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우선 형식의 특이성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와 노래를 포개어 쓴 중첩적 형식을 가지고 있다. 독자는 이야기에서 사연을 듣고 노래를 부르며 삶을 이겨내는 에너지를 얻는다. 다음, 문체의 사실성이다. 안동 지방의 사투리가 중심어인데도 불구하고 묘사가 정확하고 조리가 분명해, 소설 속 사건을 핍진하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말의 힘이다. 이 소설에서 여인들의 집단 언어는 나볏하고 유장하며 아귀세다. 그들이 모여 말을 나누면 세상의 어떤 두려움과도 맞설 수 있다. 그래서 그 분위기가 마치 수호전을 읽는 듯하다. 여인네들의 화전놀이터는 언어의 양산박이다. (쓴날: 2012.07.21. 발표:『조선일보』 201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