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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의 허구

비평쟁이 괴리 2014. 3. 14. 17:53

요 며칠 간 프랑스 대도시들에 공해 경보가 계속 울리고 있다. 그러더니 오늘 티브이에서는 그르노블, 렝스, 깡 등 몇몇 대도시들이 자동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메트로와 트람을 비롯해 대중교통을 주말에 무료로 운행하기로 했고, 파리 등은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낸다. 이런 소식들 때문에 나는 프랑스라는 나라가 지겨워지다가도 다시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타협점을 가장 합리적인 수준에서 찾아내는 일을 이 나라보다 더 잘하는 데는 없는 것 같다.

공해 얘기가 나왔으니 생각난 건데, 나는 한 달 전쯤에 르 몽드』 「사설에서 디젤이 공해의 가장 못된 주범 중의 하나라는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었다. 8년 전에 파리에 체류할 때 디젤이 연비도 줄이고 공해 물질 배출 문제도 해결했기 때문에 휘발유차에 비해 훨씬 환경 친화적인 자동차라는 말을 듣고 차를 구입했고 그걸 한국까지 가져 와 지금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설에서까지 언급된 그 문제를 믿고 싶지 않은 충동이 마음속에서 일어난 듯 찜찜하면서도 무심한 체 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한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자동차 업계가 연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젤차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어서, 나의 방어 심리를 슬그머니 강화시켜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디젤의 유해성 문제가 여기에서는 실질적으로 공론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 파리 시장 후보로 나선 사회당의 안느 이달고Anne Hidalgo가 디젤의 추방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 보았던 것이다. 한국의 국제부 기자들이 왜 이런 얘기를 사회부로 전달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201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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