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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6회 네 번째 독회의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네델란드의 역사가 요한 하위징아Johan J. Huizinga는 『중세의 가을』(1919), 첫 머리를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장식하고 있다. “세상이 지금보다 5백 년 더 젊었을 때, 모든 사건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선명한 윤곽을 갖고 있었다. 즐거움과 슬픔, 행운과 불행, 이런 것들의 상호간 거리는 우리 현대인들과 비교해 볼 때 훨씬 더 먼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경험은 어린아이의 마음에 새겨지는 슬픔과 즐거움처럼 직접적이면서도 절대적인 성격을 띠었다. 모든 사건과 모든 행위는 특정한 표현을 가진 형식으로 정의되었고 엄격하고 변함없는 생활양식을 엄숙..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6회 네 번째 독회의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백수린의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문학과지성사, 2025.02)은 제목에서 ‘봄밤’을 붙여 쓰고 있다. ‘띄어쓰기’에 관한 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게 교육부 표기법이라서 이게 규정에 맞는 표기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붙여 쓴 모양을 가만히 소리내어 읽어 보니 그 어감이 소설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소설들은 모두 ‘기후’에 관한 소설이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기후에 관한 소설처럼 보인다. 따뜻한 기후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사람들의 이런저런 사연을 수필처럼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는 이 글들 사이에 온화한 공기를 불어 넣으려고 애쓰는 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