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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6회 첫 번째 독회의 결과로서의 알림글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동인문학상 제56회(2025년) 독회를 시작한다. 이 진술에서 ‘제56회’는, 동인문학상 출범(1956) 이후, 1968-1978년 간의 중단 기간을 제외하고 지속된 회기의 마지막 순번을 가리킨다. 좀 더 엄격하게 말하면, ‘회기’란 심사를 진행한 회기이다. 따라서 수상작이 없을 경우에도 회기에 포함된다(1963년 제 8회의 경우.) ‘2025년’라는 것은 이 회기의 해당 년도를 가리키는데, 실제로 한 회기의 검토 대상은 전 해의 8월부터 해당년의 7월 사이에 출간된 작품으로 경계가 그어진다. 2025년이란 말의 정확한 뜻은 2025년에 시상한다는 ..
※ 이 글은 1992년 현대문학상 비평 부문에 대한 수상 소감으로 씌어진 것이다.가끔 머리 속에 입력되지 않은 단어들이 불청객처럼 전정기관을 타고 방문할 때가 있습니다. 가르가멜이 소 내장을 과식하고 가르강튀아를 낳았던 그 통로 말입니다. 한 우주가 빠져나간 구멍인 탓에 옛 사람들은 결코 남의 시선을 끌 일이 없는 거기를 자주 청소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생식의 신이라면 늘 데리고 다니는 문지기 사자도 없어서 이 동굴 안으로 온갖 물질들이 들락날락 거립니다. 하긴 그것들도 우주의 일부입니다. 우주란 본래 먼지 덩어리 아닙니까. 아마도 제가 난처해 한다면, 그것은 문화 제도의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하는 사람이 그 제도의 한 살점이 되는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일 터입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듯이, 현미경을 시료..
※ 이글은 1992년 제 4회 ‘소천비평문학상’ 수상 소감으로 씌어진 것이다.제가 소천비평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당황함을 여러분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변변찮은 글이 상을 받을 만한가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제가 그려온 짧은 비평의 궤적이 도통 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문학과 문화제도 사이의 관계에 더듬이를 대고 분석적 행위에 익숙한 사람에게 이런 향연에의 초대는 자신이 친 그물에 직접 걸리는 시험 앞으로 그의 등을 얄궂게 떠다밉니다. 그러나 그 손바닥은 부드럽고, 그것을 통해 제 마른 심장을 적시며 들어와 퍼지는 것은, 다정이 병이지 않은 분들의 저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격려입니다. 그 넘치는 따뜻함은 실은 그것이 문학의 오래된 소..
미네르바 신드롬의 주변에 내노라하는 명망가 지식인들이 "화려한 조연"으로 등장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1980년대에 대학생이 쓴 마르크스 요약본을 밑줄 그어가며 탐독하던 대학교수들 생각이 났다. 그때 그 꼴을 보면서 한국지식의 얇고도 얇은 인프라를 한탄했더랬는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나 보다. 아니, 나아지기는 커녕 더 악화되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여론의 앞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이말저말을 보면 말이다. 미네르바 사건은 그런 총체적 상황 속에서 특별히 열불난 한 귀텡이가 찢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쓴날: 2009.01.11)
※ 이 글은 『매일경제』와 ‘교보문고’가 공동 주최하는 ‘만추문예’ 제 2회 ‘시부문’ 심사평이다. 정호승 시인과 심사를 같이 했고 심사평은 필자가 썼다. 당선자의 이름은 ‘김인식’씨로 밝혀졌다.올해의 응모작들에서 특징적인 현상을 하나 든다면 ‘다채로움’이라 할 것이다. 이는 만추에 지은 시라도 청춘의 의욕과 신생의 활기를 머금고 새싹처럼 푸르게 돋아나는 모습을 띤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 시들에 기분좋게 취한 심사자들도 새벽 들판을 뛰어다니는 기분으로 흔감하다. 최종적으로 세 편의 시가 최종 후보작으로 선택되었다. 응모번호 61번의「유리의 경계」, 139번의 「기다리다 1」, 175번의 「자서전을 짜다」이다. 「유리의 경계」는 투명한 유리에 부딪쳐 죽은 참새를 통해서 외관의 매혹과 허위성을 다루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