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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정용준의 『내가 말하고 있잖아』 본문
정용준의 『내가 말하고 있잖아』(민음사, 2020.06)는 청소년들에게 권장하기에 맞춤한 성장 소설(그리고 명랑 소설)이지만 진솔함이 찰져서 성인소설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말을 더듬는 아이가 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을 하지만, 극복은 쉽지가 않다. 그와 더불어 말더듬 장애를 고치기 위해 애쓰는 교정원 동무들의 고통과 저마다의 부끄러움과 분노와 설움, 그리고 안쓰런 노력들이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절실하고도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절실함이 인물들의 행동을 점화하고, 우여곡절의 사건들을 거쳐 마침내 정상인의 상태로 발돋음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소설답게 하는 것은 이 장애 극복의 감동적 드라마 너머에 있다. 드라마 너머에는 ‘언어’가 있다. 교정원 사람들은 그때그때 상태를 통해 새로운 ‘별명’을 부여받는다. 이 별명에 의해, 명칭과 존재 사이에 자기장이 형성된다. 명칭은 존재와 얄망스레 어긋나면서 인물들의 심리에 상상력의 태풍을 불게 한다. 그 요동이 그의 존재를 변화시킨다. 이름을 통해 존재의 변화는 허구의 창조와 맞물리게 된다. 우리가 문학을 하는 것은 나와 우리와 세계의 동시적 변화를 속삭이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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