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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에세이의 교두보여! 아득하여라 - 월간 에세이 창간 30주년 본문
문학이 예술과 생활의 교통로라면 에세이는 문학과 생활의 가교이다. 징검다리, 흔들다리, 무지개다리, 반월교, 라멘교, 현수교, 도개교, 전접교, 잠수교, 케이블카... 언어로 이루어진 온갖 다리들이 에세이를 이룬다. 이 다리들의 꼴과 용도는 아주 다양하지만 생활어가 그대로 문학어로 변신하는 장소라는 점에서는 한결같다. 문학어는 본래 일상어를 배반하여 그것이 지탱하고 있는 현실을 떠나 상상의 현실로 날아가게 하는 매개체이다. 그러나 에세이에서 문학어는 생활어로 귀환한다. 때로 그 회귀가 문학을 주저앉히기도 하지만, 에세이의 진정한 면모는 삶의 속껍질들과 구석구석에 문학의 입자가 스며들게끔 하는 데서 발한다. 그럼으로써 생활이 스스로 문학적 표현을 얻어 붉게 빛나게 하는 것이다. 그 작업은 은근하여 잘 보이지 않지만 정말 보람있는 일이다. 『월간 에세이』는 그 일을 지켜주는 교두보로 30년이나 버텼다. 그러니 앞으로도 까마득히 그렇게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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