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북한의 한류 본문

사막의 글

북한의 한류

비평쟁이 괴리 2013. 10. 3. 13:01

김일성일가체제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결정적으로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지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런데 몇 개의 상품과 몇 종류의 DVD가 이 무지의 갑주를 깨뜨려버릴 수도 있다.” 북한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ï̈ Lankov가 한 말이라고 누벨 옵세르바퇴르103일자(2552)가 전하고 있다. 최근의 북한을 취재한 기사, 세상에서 가장 닫혀 있는 나라로의 여행의 후반부에 지하유통망을 통해서 한국의 드라마가 북한에 퍼져나가고 있는 현상을 소개하면서 결론삼아 인용한 것이다. 그 앞에 옮겨진 재일교포 기자가 했다는 말은 다음과 같다: “이 통속극들이 북한 사람 모두를 열광시키면서 북한은 지금 남쪽 문화에 젖어들고 있는 중이다. 남쪽을 낙후되었고 착취되는 나라로 묘사하고자 애쓰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번영을 누리고 있는 자유 사회에 대한 욕망이 일어나고 있다.”

한류가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닫혀 있는 장소까지 열었다!? 북한의 문제는 별도로 하고, ‘문화란 무엇인가를 거듭 되묻게 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중문화(그 말의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를 발로 차서 내쫒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로부터 대중문화를 고급문화의 지위로 올리려 하는 시도들은 부당한 개평을 뜯으려 하는 흑심의 발로일 뿐이다. 바로 저 사실로부터 우리가 새겨야 할 것은, 대중문화를 고급문화와 동일시 할 게 아니라, 실제로 고급해지도록 그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과제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정말 긴요한 것이 대학교육이 아니라 시민교육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밖에도 이 기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어 적어둔다. 리경심이라는 교통지휘대원이 최근 돌발상황에서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 보위한공로로 공화국의 영웅칭호를 받게 되었는데, 그 돌발상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과 충돌하려는 전차를 몀춰 세웠다라거나 새로운 리더를 암살기도로부터 구해냈다는 등 설이 분분한데, 실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을 담고 있는 선전 포스터가 불에 타는 걸 막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는 것.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외모가 할아버지의 모습에 근사하도록 분장 및 성형되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거꾸로 만수대를 리모델링하면서는 김일성의 얼굴이 손자를 닮도록 고쳐졌다는 것. 지하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책임자들의 특별한 용인 하에 신흥 부자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 현재의 북한 인구가 2470만명이고 유아사망률이 25.34%에 달하며(2013년 기준), 성장률(2009)0.9%라는 것.

'사막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모든 실수들이 언젠가는 다 드러날 것이다  (3) 2013.10.22
무의미의 소비  (0) 2013.10.05
퐁탈리스의 죽음  (0) 2013.04.13
아드리안 리치의 타계  (0) 2012.06.24
코맥 매카시의 무서운 말  (0) 201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