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위수정 (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아홉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위수정의 『우리에게 없는 밤』(문학과지성사, 2004.07)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 현실의 흐름에 느슨하게 끌려가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움직임에는 감정적인 흥분도 보이고 지적인 호기심도 읽히고, 스스로 이행하는 의지도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들은 격렬하지 않고 매우 조용해서 독자가 의식하고 읽을 때에만 감지할 수 있다. 또한 각 인물들의 행동에는 저마다의 행렬이 있다. 그들 사이에는 사연의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현대인들의 총체적 고립상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삶 밑바닥을 관류하는 공통의 느낌..

※ 아래 글은 2022년 동인문학상 정기독회 제 5회(2022년 3월)에서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공간 독립과 시간 터널 효과 위수정의 『은의 세계』(문학동네, 2022.01)에 실린 소설들은 공간 묘사가 뛰어나다. 가령 표제작을 보자. 두 주인공이 있다. 어떤 극적인 사연이 있어서 그들은 동거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 사연은 어떤 전개를 낳지 않는다. 펜의 카메라는 훌쩍 시간을 건너뛰어 오래된 부부처럼 살고 있는, 무덤덤하면서도, 분명한 선을 두고 독립과 협력을 잘 조정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일상을 비춘다. 이 두 사람의 공간 사이를 비집고 여자의 동생이자 남자의 ‘처제’인 사람이 끼어든다. 진짜 처제는 아니어서 ‘양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