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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제 54회 동인문학상 첫 번째 독회의 결과에 대한 독후감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에 양해를 구해, 블로그에도 싣는다. 김병운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은』(민음사, 2022.09)은 이제 소수자의 삶을 공정하게 대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1980년대 후반부터 큰 의제의 성격을 가지고 폭발한 성평등에 대한 의론들은 요 근래 몇 년 사이에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으로 급격히 발전하였다. 짐작컨대 성소수자로서의 자각과 자인의 수보다도 그 수량이 훨씬 많았다. 그렇다는 것은 성소수자 쟁론에 상당히 많은 외부자들이 참여했다는 것을 가리키는데, 거기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있었다. 긍정적인 면은, 성소수..
아감벤Giorgio Agamben은 「표정」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표정의 나타남은 언어 자체의 나타남이다. 따라서 그것은 어떠한 실제적인 내용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인간 혹은 세계의 이런 저런 모습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그저 열림일 뿐인 것이다. 소통가능성일 뿐이다. 표정의 빛 안으로 걸어들어간다는 것은 이 열림으로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견딘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렇게 표정은 무엇보다도 나타남의 ‘열정passion’, 언어의 열정이다. 자연은 그가 언어에 의해 드러나는 것을 감지하는 순간 표정을 획득한다.(아감벤, 「표정Le Visage」, 『목적 없는 수단들 – 정치에 대한 노트 Moyens sans fins – Notes sur la politi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