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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제 54회 동인문학상 첫 번째 독회의 결과에 대한 독후감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에 양해를 구해, 블로그에도 싣는다. 김병운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은』(민음사, 2022.09)은 이제 소수자의 삶을 공정하게 대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1980년대 후반부터 큰 의제의 성격을 가지고 폭발한 성평등에 대한 의론들은 요 근래 몇 년 사이에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으로 급격히 발전하였다. 짐작컨대 성소수자로서의 자각과 자인의 수보다도 그 수량이 훨씬 많았다. 그렇다는 것은 성소수자 쟁론에 상당히 많은 외부자들이 참여했다는 것을 가리키는데, 거기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있었다. 긍정적인 면은, 성소수..

김병운의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민음사, 2020.04)에 대한 감상. 1. 동성애라는 현대적인 주제를 얼핏 보기에 매우 낡은 형식으로 추적한 소설. 형식적인 보완으로 다면(多面)접이병풍형식을 빌려 왔으나, 그것은 이미 과거에 자주 시도되어 왔던 형식으로 새로울 것이 없음. 그런데 놀랍게도 이 낡은 형식에 갇힌 이야기가 썩 자연스럽게 읽히고 강렬한 몰입을 유도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 인식 및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함. 2. 이런 힘의 까닭: 첫째, 동성애 문제를 정면에서 ‘쟁론’적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 이것이 오늘날 동성애 소설들이 체험적으로 혹은 향유적으로 특정 부분에 중점을 둠으로써 독자를 자극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이 작품을 지적인 소설로 만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