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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제53회 동인문학상' 제3회차 독회에 제출된 독후감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소수(素數)적 인간 임솔아의 『아무 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문학과지성사, 2021.12)의 인물들은 태생적인 비사회적 존재들이다. 그들은 인구의 수열체에 삽입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단독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존재’하려면 사회 안에 들어가야 한다. 근대 사회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체는 ‘나눔(divide)’을 필수불가결한 전제로 한다. 왜냐하면 공동체는 구성원 모두가 동의한 ‘법칙’들에 의해 균질화되고 계량화된 다음, 각각의 기능이 배정됨으로써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나눔(分割)이 가능해야, 나눔(share; 共分)도 가능하다. 임솔아 ..

✍ 너무나 유명해서 주를 달 필요가 없는 역사에 관한 마르크스의 말이 있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의 첫 문단이다. 헤겔은 어디에선가 모든 큰 사건들과 역사적 인물들은 두 번 되풀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가 빠뜨린 게 하나 있으니, 처음엔 비극이 되고 두 번째는 희극이 된다는 점이다. 지금 그 두 번째 사이클이 한국에서 돌아가는 모양이다. 악착같은 괴성들이 무더운 여름의 매미소리처럼 극성스러우나 멀찌감치의 해먹에서 들으니 비 온 후 논밭과 산자락에서의 맹꽁이들의 울음소리나 그것들이나 은은히 멀어지는 기적소리처럼 들려서 미소가 조는 자의 입가에 슬그머니 번진다. 그러다가 바로 얼굴이 굳어진다. 문제는 희극은 만족을 유발해야 마땅한데, 그러나, 웃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