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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너무나 유명해서 주를 달 필요가 없는 역사에 관한 마르크스의 말이 있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의 첫 문단이다. 헤겔은 어디에선가 모든 큰 사건들과 역사적 인물들은 두 번 되풀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가 빠뜨린 게 하나 있으니, 처음엔 비극이 되고 두 번째는 희극이 된다는 점이다. 지금 그 두 번째 사이클이 한국에서 돌아가는 모양이다. 악착같은 괴성들이 무더운 여름의 매미소리처럼 극성스러우나 멀찌감치의 해먹에서 들으니 비 온 후 논밭과 산자락에서의 맹꽁이들의 울음소리나 그것들이나 은은히 멀어지는 기적소리처럼 들려서 미소가 조는 자의 입가에 슬그머니 번진다. 그러다가 바로 얼굴이 굳어진다. 문제는 희극은 만족을 유발해야 마땅한데, 그러나, 웃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마르..

‘진실’이라는 단어를 처처에 박아 놓은 어떤 책을 읽다가 “김수영은 혁명은 안 되고 당만 바꿨다고 개탄했”다는 구절을 읽고 기가 막혔다. 김수영은 “방만 바꾸어 버렸다”고 말했지, ‘당’을 바꾸었다고 하지 않았다. 왜 이런 오류가 일어났는가? 기억의 착오일 수도 있겠으나, 김수영의 시를 실제 읽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면, 다시 한번 한국 지식인들의 얄팍함을 ‘개탄’하게 할만한 일이다(김수영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가 그런 말을 하리라는 걸 상상할 수 있겠는가?).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고위 관료가 은퇴를 하면서 TV에서 지나온 시절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그 안에 ‘내 인생의 화두’라는 항목이 있었다. 고위 관료가 빈 칸에 ‘윤동주’를 적고는 윤동주의 시 한편을 들었다. TV 화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