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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님의 자기 증명 「님의 침묵」에 대해 이어 말한다. 지난 호에서 ‘님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님이 ‘조국’이니, ‘부처’니, ‘연인’이니를 두고 선택하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님을 밝혔다. 독자들이 주의깊게 읽어야 할 것은 님을 님이게 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 점에 주목을 하자, 님이 두 개의 극단 사이에서 요동하는 파동적 존재임을 알 수가 있었다. 한 극단에는 님바람난 기룬 이들, 즉 거짓 님의 모습에 홀려 방황하는 “어린 양들”이 있다. 다른 극단에 있는 이는 부재하는 님이다. 만해는 방황하는 어린 양을 진정한 님으로 만들려 하고 부재하는 님을 현존시키려 한다. 즉 두 극단 모두에서 님은 변모를 최종적 조건으로 갖는다. 어린 양도, 부재하는 님도 모두 변모해야 진정한 님이 된다. 이 변모가 어떻게 ..
I.「님의 침묵」을 다시 읽는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