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최일남 (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는적거린다. 여름산처럼 솟아오르던 정열은 간 곳 없고, 좌절한 한 세대의 온몸에 종양이 돋고 고름이 흐른다. 오로지 열정,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후 깨진 블록이 흩어져 있는 가로를 청소하며 나라의 장래를 정치가들에게 넘긴 학생들의 순수 이상은 서구식 민주주의의 학습이 유일한 뿌리였다. 그것은 삶의 뿌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정권을 거저 얻은 낡은 정치가들의 혁명 왜곡을 방관할 수밖에 없었 고 군사 쿠데타의 무력 앞에 무력했다. 그것이 통념이다. 작가도 그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4․19 주역들의 뒷 삶, 사회인으로서의 세상살이가 주동맥인 이 소설이 왜 필요했을까? 아마 작가에게는 그 통념을 십분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동곳을 빼지 못하는 무엇이 있었다. 5․16 직후부터 74년의 ‘..
생활어로서의 한국어의 성찬 최일남 에세이,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 송영방 그림, 문학의문학, 2011, 296쪽, 13,000원) 한국에 수많은 글쟁이가 있지만, 한국어의 풍부한 어휘 자원을 자유롭게 골라가며 생각과 마음의 결과 꼴을 섬세하게 빚고 잣고 다듬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최일남 선생은 그 드문 이들 중의 한 분이다. 또한 한국어를 잘 다루는 이들이래도 한결같지 않고 취향이 각색이다. 어떤 분은 이쁘고 새초롬한 말들만 골라서 써서, 마치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장식품들을 보는 듯할 때가 있다. 최일남 선생의 어휘들은 모두 시정의 생활어에서 나온다. 그래서 ‘해토머리’, ‘얼금뱅이’, ‘아주까리’, ‘내남직없이’ 같은 말들도 귀한 한국어지만, ‘위의(威儀)’, ‘종용(從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