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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1990년대 초엽에 씌어진 것이다. 다시 읽으면서 오늘날 미만한 '내 이야기'들과 모종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아니 좀 더 과감하게 말해, 21세기적 경향의 기원이 이 즈음에 꼬물거렸는데, 그러나, 그 진화적 양태는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의심이 부쩍 인다. 당시에는 이런 소설들의 유형을 '후일담문학'이라고 불렀었다. 다른 명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소설가 자신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부쩍 늘고 있다. 소설가의 과거와 현재의 대비가 거의 상투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형식이 되고 있고 그 밑을 흐르는 주 음조는 탄식이다. 탄식의 원인은 뻔하다. 옛날이 좋았다는 것이다. “지난날의 눈은 어디 있는가?”라고 소설가들은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가? 그..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2021년 5월 독회에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내 블로그에도 싣는다. 예전에 “밑구녘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있었다. 한국인의 상당수가 그런 가난의 늪을 탈출하여 물질적인 안정을 누리고자 필사적으로 몸부림한 게 지난 세기 후반부이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1인당 국민소득이 100불을 겨우 넘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3만불을 웃도는 살림을 구가하고 있다. 무수한 사연이 그 과정 속에 쌓이고 쌓였으리라. 김연경의 자전소설 『우주보다 낯설고 먼』은 바로 이 한반도판 입지전의 가장 전형적인 양상을 생짜로 양각하고 있다. “우주보다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그래봤자 겨우 40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