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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광장』은 4.19와 함께 태어났다. 작가 스스로가 그 점을 명시하였다. 1960년 11월,『새벽』지에 그 작품을 발표하면서,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문만 들려줄 뿐 그 자유를 ‘사는 것’을 허락지 않았던 구정권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4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썼다. 잘 알다시피 4.19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혁명이다. 한국인이 제 의지와 제 힘으로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역사(役事)였다. 4.19와 더불어 한국인은 시민으로서 살기 시작했다. 시민으로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1960년의 신진작가 최인훈이 감격적으로 토해 낸 “자유를 사..
얼마 전 국가의 입장을 결정하는 몇몇 자리에서 한국의 지식층 및 지도층들 사이에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는 게 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졌었다. 그런 논쟁은 당황스러운 데가 있다. 민주주의에는 당연히 ‘자유’가 핵심 의미소로 자리 잡고 있는 터에 어떻게 쓰든 무슨 상관인가, 라는 마음이 있는 것이고, 거기에서, ‘자유’를 빼자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굳이 거기에 그걸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또 그들대로, 다른 생각이 있는 게 분명하고, 그 다른 생각들이 야기한 갈등은 한국사회의 미묘한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고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마침 송호근씨가 「‘시세’와 ‘처지’가 중요하다」(『세계의 문학』, 2011년 겨울)라는 글에서 이 문제를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무엇..
어루증의 소설, 자유를 위한 혼돈 조너선 프랜즌Jonathan Franzen, 『자유Freedom』, 홍지수 옮김, 은행나무, 734쪽, 17900원 이 책의 선정은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작가의 전작인 『인생수정』(2001)이 큰 반향 및 논란을 일으키며,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데다가, 이 소설의 출간이 예고되었을 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았고, 가제본 상태의 책을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위해 구입해서 화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작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세인의 예측에 부응하여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언론에서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된 이 작가를 돌발적으로 부각시켜 인터뷰 기사를 실으면서 개략적이나마 작품의 줄거리까지 소개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