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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최근에 재기가 돋보이는 젊은 시인들의 시집이 주루룩 출간되었다.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가나다순) 강혜빈, 『밤의 팔레트』, 문학과지성사, 2020.05 류진, 『앙앙앙앙』, 창비, 2020.04 박윤우, 『저 달, 발꿈치가 없다』, 시와 반시, 2020.05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2020.04 이 젊은 시인들의 공통된 특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조의 해방이다. 아주 오랫동안 한국시는 특정한 종결어미들에 고착되어 왔다. 일제강점기 때도 그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1960년대 이후부터 ‘~다’의 객관적 묘사체가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가운데 가끔 ‘~인가’, ‘~구나’ 류의 독백적 표현체가 저 묘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무거운 감정의 표면을 슬쩍 열어보이곤 했다. 1990..

이지아의 『오트 쿠튀르』(문학과지성사, 2020)는 놀라운 두께를 감추고 있는 시집이다. 그가 감추고 있는 것은 그의 과거이자 현재인 생인데, 그는 그것들을 즉각적인 은유로 감춘다. 즉각적이라는 것은 그의 은유가 통상적인 제유중복의 원리를 따르지 않고(휠라이트Wheelwright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곤 하는데, 은유의 두 가지 종류[치환은유 vs 병치은유]에 대한 구별은 쓸데 없는 것이다. 그 차이는 단지 유사성의 거리로 인한 착시일 뿐이다), 매 순간 매 장소의 근처에 놓이거나 혹은 심리적으로 그러한 환유적인 것의 기능변환을 통해서 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래서 그의 시는 해독이 쉽지가 않다(해설을 쓴 조재룡은 날카롭게도 그걸 ‘트랜스로직’이라는 용어로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비유의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