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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예심을 통해 올라 온 7권의 시집 중에서 김상미의 『우리는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이윤학의 『짙은 백야』, 정숙자의 『액체 계단 살아남은 육체들』, 천양희의 『새벽에 생각하다』(가나다順)를 특별히 주목하였다. 이 시집들에 공통점이 있다면, 해당 시인들이 그 동안 구축한 시세계를 연장하면서도 타성에 빠지지 않고 더 큰 활기를 시에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시인들이 시에 관한 한 아직 ‘많이 배고프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허기가 그들로 하여금 새록새록 새로운 시를 쓰게 한다. 한국의 중년시인들이여, 축복이 있으라! 『액체 계단 살아남은 육체들』에는 시에 대한 의지가 용암처럼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냥 ‘시쓰고 싶다’고 외치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시를 쓰기 위한 조건과 재료와 방법과 태도의..

※ 아래 글은 『포에트리 슬램』 제 8호 (2021.06)에 발표한 글이다. 잡지가 나온지 시간이 꽤 경과했다고 판단하여, 블로그에 싣는다. 1. 옛 시인들이 된 이들의 시집 옛 친구들로부터 두 권의 시집이 도착했다. 이윤학의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간드레)과 주창윤의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라이더』(한국문연)이다. 나는 이 시인들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주창윤 시인은 만난 적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문학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저 혹독한 시 가뭄의 시대, 즉 1990년대의 시베리아를 우리는 시를 끌어안고 통과했다. 우리의 고투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얻지는 못한 것 같다. 기나긴 20여 년의 적막 끝에 2010년대 후반부에서부터 시가 다시 되살아난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