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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이성복의 새 시집, 『래여애반다라』(문학과지성사, 2013)를 읽으니, 그의 시는 아주 깊은 우물을 파서 지구의 내핵에 이른 후 더 이상 바깥으로 나올 생각을 할 여지가 소멸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자벌레가 파먹은 어떤 눈은 옹이같다 눈물은 빗물처럼 밖에서 흘러든다 기어코 울려면 못 울 것도 없지만 고성능 양수기가 필요하리라(「눈에 대한 각서」, 부분) 그의 눈이 ‘옹이’이고, 아예 그의 육체가 옹이이다. 『아, 입이 없는 것들』(문학과지성사, 2008)에서 그는 ‘말’을 건너 ‘침묵’의 세계로 건너갔고 거기에서 “육체가 진저리치는 광경”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이제 그는 저 육체의 버둥거림이 남긴 적막 속에 스스로 유폐된 듯하다. “흐릿한 눈”을 뜨고. 내가 밥 먹으로 다니는 강가 부산집 뒤안에 한참을 ..
지난 월요일(2009.01.12) 이성복 시인이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내가 쓴 시, 내가 쓸 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새로운 창작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시적 창조는 "중간이나 종합이 아니라 위", "변증법이 아니라 '차원의 이동'"임을 강조하였다. "중간이나 종합이 아니라 위"라는 말은 2차원 평면에서 보면 중간과 종합, 중용과 변증법만이 보이지만, 3차원에서 보면 극단과 중용과 종합이 모두 위의 다른 차원에서 보인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른 한편 그는 그러한 새로운 차원이 가시적인 차원 아래에 말려 있다고도 하였다. 헬리콥터에서 보면 지상의 호스는 하나의 선에 지나지 않지만 그 호스 위를 기어가는 개미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면이라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비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