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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시를 읽는 사람들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지난 해 말부터 현대시 100주년을 홍보하기 시작했고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주요 일간지들이 날마다 시를 연재하는 당찬 의욕을 보이긴 했지만, 실질적인 차원에서 얼마나한 효과를 내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물론 언론의 담당 기자들은 반응이 뜨거웠다고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내가 ‘실질적인’ 효과라고 말한 것은 이 요란한 행사들이 자아낼 팬시 상품적 효과가 아니라 시를 온몸으로, 다시 말해, 뜨거운 심신의 몸살로 체험하는 일의 크기를 뜻한다. 그 체험은, 사실 오늘날 시 향유의 문법 때문에 더욱 더 올 수 없게 되었다. 버려두자니 적막이요 보살피자니 가짜가 되는 궁지에 빠지고 만 것이다.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문학과지성사, 2008)는 오늘..
올해 출간된 시집 중, 심보선의 『눈 앞에 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1), 이수명의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문학과지성사, 2011), 이준규의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문학과지성사, 2011), 『삼척』(문예중앙, 2011)은 그 시적 외양들이 판이한 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집합 안으로 묶을 수 있고, 그 집합은 한국문학에 새로운 어법을 제공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어법을 잠정적으로 나는 ‘행언(行言)’의 어법이라고 명명하였는데, 그것은 언어가 그 자체 행동으로서 나타난다는 뜻이며, 따라서 언어가 주어도 목적어도 없이 오로지 동사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을 가리킨다. 나는 이런 생각을 아주 조금만 늘려서(다시 말해 모든 시들을 두루 살피는 일까지는 못한 채로), 한 편의 글을 썼는데, 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