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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1950년의 한국전쟁이 왜 문제가 되었나? “세계적인 입장에서 볼 때 부차적이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내란’이 일어났을 뿐인데, 서양의 지식인들이 왜 그리도 법석을 떨었을까? 무엇보다도 그 전쟁이 한국인들의 골육상쟁이기에 앞서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냉전 체제의 시험장이자 파열구였기 때문이다. 그 시각에서, 한국 전쟁은 지구를 두 쪽으로 쪼갠 거대 이념의 사활을 건 싸움의 무대이자 또한 앞으로의 세계의 향배에 대한 상징적 지표로 기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념의 선택과 마주해 있던 서양 지식인들로 하여금 한국전쟁을 긴박한 눈길로 바라보게 하고 치열한 논쟁에 휘말리게 한 까닭이다. 정명환․시리넬리․변광배․유기환, 네 사람의 공동연구서(민음사, 2004)가 공들여 재구..

정명환 역,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가 품은 재번역의 의의 한국의 번역문학은 지지부진하지만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것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재탕’을 폄박(貶薄)하는 한국인 특유의 순수주의와 번역에 대한 정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개화기 이래 전통적 사유틀의 붕괴로 인해 바깥 지식에 대한 욕구가 팽대(膨大)하였고, 또 그 욕구에 힘입어 바깥 나라의 외국어를 체득한 연구자들이 착실히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이 지지부진과 꾸준함이 미묘하게 얽힌 상태로 한국의 번역문학이 도달한 수준은 외국 문헌의 ‘정확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요 근래의 몇 차례의 번역 논쟁을 통해 여전히 오역과 역서선정기준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제 3국어(일어나 영..
한국의 인문학은 1945년의 해방과 1950-53년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완전히 새로 태어나야 할 근본적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는다. 해방에 의해서 한국인의 삶의 장래가 그 자신에게로 되돌려졌으나,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은 폐허가 되었으며 분단으로 인해 한국인의 정신적 역량 또한 처참하게 찢겼다. 정명환, 송욱, 박이문, 김붕구, 이기백, 이기문 등 당시의 젊은 인문학자들은 그러한 물질적․정신적 불모지에서 삶과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인식의 초석을 처음부터 새롭게 다지는 일에 착수하였다. 이 작업을 위해 그들이 노력한 일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제 강점 36년을 통해서 한국 안에 뿌리내린 식민주의적 학문 풍토를 지우는 일이었다. 그 작업은 식민주의적 실증주의의 극복이라는 명제로 표현되었다.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