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랑 (3)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사랑이란 – 연가 매일매일을 바람으로 지내는 것, 뭘 욕망하는지 뚜렷이 알지도 못한 채로. 동시에 웃고 우는 것, 왜 우는지,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언제든지 떼쓸 수 있다는 걸 아침에는 두려워하고 저녁에는 소망하는 것. 그이가 환심을 구할 때는 무서워하고 그이가 윽박지를 때는 저게 연심이려니 하는 것. 제 고민을 보듬으면서도 지겨워하는 것. 온갖 얽매인 것들을 공포에 질리면서도 즐거워하는 것. 심각한 문제들을 가볍게 제끼면서 사소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위장했다가 솔직했다가 하는 것. 소심하고, 거만하고, 멍청하고, 빈정대고. 모든 걸 다 바치면서도 아직도 바칠 게 남았는지 떨면서 헤아리는 것. 남들이 고평하는 친구들을 의심하고 낮이나 밤이나 자신과 전쟁을 벌이는 것. 결국, 사랑받을 때는 사..

※ 아래 글은 2022년 동인문학상 정기독회 제 5회(2022년 3월)에서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사랑, 불안의 원천이자 불안을 극복할 유일한 방책 임현의 『그들의 이해관계』(문학동네, 2022.02)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들로 수런거린다. 9편의 작품에 ‘불안’이라는 단어가 23번 등장한다. 작품을 읽다 보면 어디서 또 불안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올지 몰라 썩 불안해진다. 불안에 대한 대체적인 해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위험을 감지하게 된 사람의 마음 속에 일어난 부정적 감정”이다. 이 불안은 두 방향으로 나뉜다. 원인의 당사자가 자신일 때, 그 불안은 스스로 알 수 없는 어떤 충동에 대한 불안이다. 반면 원인의 당사자가 ..
사랑은 미래이고, 미래는 자유 샤리아르 만다니푸르, 『이란의 검열과 사랑 이야기』, 김이선 옮김, 민음사, 467쪽, 14,000원 이 작품은 우선은 희귀성 때문에 선정되었다. 이란의 현대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문학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상징적 지표 중의 하나이다. 이제 우리는 영·불·독·서의 문학만을 세계문학이라 하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곳에서 생산된 문학이 세계문학이다. 지구상의 모든 곳에 독특한 개별문학들이 세계문학을 형성하는 생생한 생명체로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책을 여는 순간, 독자는 그 안의 언어생명체가 우리의 기대 지평을 훌쩍 넘어서는 것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저『아라비안 나이트』의 천변만화가 여기에서도 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