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모란이 피기까지는 (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제 53회 동인문학상 제 8차 독회에서 후보작으로 선정된 작품에 대한 지면 심사평의 원본이다. 원본이라 함은 발표본에서 생략된 부분들을 포함했다는 뜻이다. 지면 발표본은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발표 시 제목은 '만사가 지긋지긋. 이제 한국인은 기다리지 않는다'이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싣는다. 한국인의 오래된 심성 중의 하나는 ‘기다림’일 것이니, 그것을 표현한 문학작품은 산적해 있다. 향가의 「제망매가」에서부터 고려의「정읍사」를 거쳐, 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이르기까지. 가요로서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에서, 신앙으로서는 ‘미룩불 신앙’과 ‘정감록’ 신화에서 그런 마음은 뜨겁게 드러났고, 한국인들은 그런 문화물들에 몰표를 주어 환호하였다. 또한 우리는 만해와..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읽어 보자.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봄을 기둘리고 있을태요 모란이 뚝뚝 떠러져버린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五月어느날 그하로 무덥든 날 떠러져 누은 꽂닢마져 시드러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뻐처오르든 내보람 서운케 문허졌느니 모란이 지고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말아 三百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있을테요 찰란한 슬픔의 봄을1) (1934.4) 이 시 앞에서 해석은 거듭 붓방망이질을 한다. 이상하게도 여러 뜻으로 읽힌다. 좋은 시의 기본 자질이 ‘모호성’에 있다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교과서에 실린 얘기다.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전달한 교사가, 아니 평론가가 드물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