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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5회 여덟 번째 독회에 대한 결과로서의 독회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 듀나의 짧은 단편들이 주는 매력은 미니멀한 사건이 윙크하듯이 띄우는 미묘한 암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암시들은 정말 미묘(微妙)한데, 그것은 독자를 거듭해서 해석의 두 갈래 길 앞에 놓기 때문이다. 가령 이번 소설집, 『찢어진 종이조각의 신』(단비, 2024.06)의 첫 작품, 「가거라, 작은 책이여」는 유명한 문학작품들에 대한 독서경험을 제공하는 ‘책읽어주는 아무개’류의 ‘사이파이Syfy’ 버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소설로서,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취득으로 전락한 독서(경험)가 아니라,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과 그 가족들의 자..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2회 2021년 6월 독회의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 전반적인 인상 1. 소설의 생존이라는 문제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소설의 생존의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형세이다. ‘이야기’와 ‘문채’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인간사의 대용품들의 공장으로서 출현했던 소설은 19-20세기에 누렸던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잃고 매체와 유통 구조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이야기 제작체’의 번성에 실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 신종으로 출현한 이야기 생산물들은 본래 소설이 누린 영향력을 좇으면서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의 신체를 가다듬고 있는 중이라서 언제 이 소설이 저 소설이 될지 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