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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완벽한 생애를 이루는 작은 사람들의 협심 -조해진의 『완벽한 생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완전한 인간에 대한 소망이 봄바람처럼 일렁인다. 그 소망은 ‘칼로카가디아’ 등의 고전적인 용어로뿐만 아니라 ‘완전체’같은 청년들의 유행어에도 배어 있다. 인간의 내장에 각인된 본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소망을 퇴색시킨다. 문명이 발달하고 거대해질수록 인간은 점점 왜소해진다. 어느날 그는 수레바퀴 자국에 깔린 붕어처럼 납작해진 자신을 보고 절망한다.. 조해진의 『완벽한 생애』는 말한다: “모든 삶은 흘러갔다”; 이제 “낙원이 있다고 믿는 희망은 기만적”이다. 그러나 희망을 단념할 때 비로소 진정한 결심이 선다. 작가는 가난, 정치적 자유, 사내 왕따, 동성애, NGO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기웃거리게..

※ 아래 글은 제 52회 동인문학상 제 9차 독회에서 후보작으로 선정된 작품에 대한 심사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한다. ‘밝은 밤’은 밤을 밝게 한다. 전구 스위치를 올렸다는 실없는 상상은 하지 말자. 어슴푸레한 미명도 아니다. 어둠이 알갱이들로 뭉치며, 개울 속의 자갈들처럼 돌돌돌 구르고 매끄러운 여울처럼 사르르 흐른다. 요컨대 최은영은 특유의 문체로 감정의 흐름을 구슬들로 엮는다. 그 문체는 투명하고 보풀이 없다. 그의 언어는 또박또박 말한다. 구체적인 사실들의 묘사로 그 장면을 또렷이 한다. 어둠 속에서 훌쩍이다가 주책없이 흘러버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되새기고 차분히 가다듬는다.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어두운 마음이란 ..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2회 중 세 번째 독회인 2021년 3월 독회'의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글의 일부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 전반적 인상 이번 달 독회에서 후보작으로 오른 두 편의 장편소설은 모두 사실에 입각하고 사실의 의미를 규명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 작품들이다. 이는 어쩌면 ‘리얼리즘의 귀환’의 작은 기미로 감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문학은 전 시대의 주도적 경향이었던 사실주의적 추세를 거부하고 주관적 심성 안에 담긴 사적 진실을 추구하는 데 주력하였으며, 그 경향이 심화되는 가운데 오늘날 판타지가 미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물론 사실의 규명을 표방한 작품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2회의 2차 독회에 제출된 심사의견 중 위 작품에 관한 대목과 심사위원회 공동의 심사평이다. 조선일보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올린다. ▶ 심사위원회 심사평 영국의 극작가 벤 존슨은 세익스피어를 가리켜 “한 시대가 아니라 모든 시대에 속하는 작가”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작가들이 궁핍을 참으며 그와 같은 경지를 꿈꾼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영원의 전당은 결코 예약을 받지 않으며, 과거의 대가를 흉내내는 걸로는 불가능하다. 작가는 오로지 자기의 개성으로만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당대의 문화적 취향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그런 작가가 미래의 독자에게 냉대받는 경우는 번다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한때의 취향은 크게 보면 편협한 시류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인문학상 심사 독회의 발표 형식이 바뀌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독회 때마다 심사위원들이 올리는 심사의견을 두 가지 방식으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짧은 심사평 형식으로 심사의견을 적는 방식과 '20자 내 한줄 심사평+작품 내 인용문+읽는 포인트'를 묶어서 내는 방식 둘이다. 둘째, 위의 심사의견은 모두 조선일보 인터넷 판에 공개된다. 대신 종이지면에는 후보작(들) 각각에 대해서 전체 심사위원회의 이름으로 작품 평이 시차를 두고 올라간다. 위의 두 번째 원칙으로 인해, 아직 심사위원회 심사평이 올라가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공개하는 심사의견 역시 보류한다. 조선일보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리는 일도 같은 원칙 하에 진행될 것이다. 우선 이번 독회에서 얻은 전반적 인상에 대해 아래에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