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목록동물성의 세상 (1)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최석하의 『희귀식물 엄지호』(문학과지성사, 1996)는 첫 시 제목을 그대로 시집 제목으로 쓰고 있다. 제목에 등장하는 엄지호씨는 평범한 공무원인데 “숱한 남의 자식 키워 장가보내는” 선행을 말없이 실천하며, 해마다 벚꽃 만개일을 수첩에 꼬박꼬박 적어두는, 요컨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이 엄지호씨에게 시인은 ‘희귀식물’이라는 별명을 단다. 헌데, 하필이면 왜 ‘식물’일까? 다시 말해 희귀 인종 엄지호, 천연기념물 엄지호라고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꼭 식물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있는가? 야릇하게도, 첫 시만을 빼고 다른 시들은 식물적이라기보다 차라리 동물적이다. 시인이 그리는 세상은 날이면 날마다 “전쟁 또는 파괴 그 자체”가 벌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낚시꾼들이 무심코 내던지는 라면봉지들, 깡통들이 바다..
문신공방/문신공방 둘
2024. 1. 18.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