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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이 글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접해, 매일경제 10월 11일자에 '한국문학 가뭄 끝 단비 … 한강 소설은 찢긴 역사 고스란히 불러내는 도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글이다.“가뭄 끝에 단비”라는 우리 속담이 이렇게 맞춤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도 곱으로 그렇다. 10일 저녁 스웨덴으로부터 날아온 소식은 혼탁한 정치판과 사고뭉치 SNS로 인해 더럽혀진 눈과 귀를 단김에 씻어주었다. 이 비는 청정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문학의 오랜 갈증을 마침내 해갈한 상쾌한 소나기였다. 노벨문학상이 문학의 최종 가치를 보장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건 문학 그 자체에 있지, 문학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오늘 확실히 새길 것은 한국문학이 오래도록 기다려온 이 낭보를 품에 안은 한강의 문학이 한국문학의 고유..
노벨문학상은 1895년 파리에서 작성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0년 설립된 ‘노벨 재단’이 스웨덴 한림원에 심사를 의뢰하여 1901년 첫 회 수상자를 내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노벨 서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국왕이 시상한다는 관례도 더해져서 외형상의 권위를 잔뜩 갖추었지만 실제로는 사설단체가 주관하는 셀 수 없이 흔한 문학상들의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벨문학상이 곧바로 엄청난 관심과 영향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세계 문인 전체에 기회가 부여된 막대한 상금 덕택이었다. 심사를 의뢰받은 스웨덴 한림원은 처음부터 “한림원을 일종의 ‘국제 문학 법정’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으며 심사위원회는 모든 심사과정을 비밀에 부친다는 원칙을 고수했는데, 그것이 상이 발표될 때마다 끊임없..
※ 노벨상 소식이 들려오는 계절이 왔다. 『문신공방 ․ 하나』(2006)를 이 블로그에 올리는 일을 시간 날 때마다 해오고 있는데, 하필이면 시의적인 글을 등록한다. 이 글은 1998년에 씌어진 것이다. 다시 읽어 보니, 여전히 유효하다. 며칠 전에 고백한 침통한 마음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10월이면 어김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 중의 하나가 노벨상이다. 이 얘기는 타령조를 동반하곤 하는데 그렇기도 할 것이 한국은 한 번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노벨상 타령에는 묘하게 정형화된 틀이 있어 보인다. 우선, 여기에는 단순히 한국인의 긍지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 이상으로 인접국가들에 대한 경쟁의식이 숨어 있다. 요컨대 중국도 받았고 일본도 받았는데 한국은 왜 못 받는가, 라는 투정이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