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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남진우씨의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문학과지성사, 2006)는 “내 낡은 모자 속에서 / 아무도 산토끼를 끄집어낼 수는 없다”(「모자이야기」)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서 시인은 말한다. “내 낡은 모자 속에 담긴 것은 / 끝없는 사막 위에 떠 있는 한 점 구름일 뿐.” 우리가 씨의 ‘낡은 모자’를 시의 비유로 읽는다면, 이 시구들은 하나의 시론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선언에 의하면 시인은 변신의 시가 아니라 유랑의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변신의 시란 은유로 가득 찬 시를 뜻한다. 그리고 은유로 가득찬 시란 대상과의 합일이 때마다 충만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유랑의 시에도 은유에 대한 꿈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변신의 시에서와는 달리 거기에는 즉각적인 동화가 일어나..
확실히 생명복제의 시대이다. 지난번에 숙제가 너무 많다고 비명을 질렀더니, 실무팀 쪽에서 재빨리 클론 두 분을 붙여주었다. 덕분에 문학 부문을 둘로 나누고 첫 회 선정자들이 각자 신임 위원 하나씩 꿰차고(?) 딴 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신참자의 개성이 어찌나 강한 지, 이번의 선정에는 신임 위원의 의견이 100% 관철되었다. 선정의 안목이 높아졌다면 그것은 출판인회의의 공이고 선정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신임위원의 탓이다. 면책한 구닥다리는 그저 양측에 감사드리는 바이다. 이번에 특기할만한 점은 좋은 외국 소설이 많았다는 것. 그러나, 정작 선정된 것은 2종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것은 선정자들의 한국문학에 대한 집착이 광기의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이 아니라, 번역에서 나름의 문제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일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