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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제 54회 동인문학상 제 8회 독회의 결과물로서의 독후감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 올린다. 구병모의 『있을 법한 모든 것』(문학동네, 2023.07)은 코믹인가? 한숨인가? 실상 여기엔 진부하고 데데한 현실만이 있다. 미래 세계인데 인간이 상상하던 환상의 미래도 음울한 디스토피아도 아니라 그냥 재미없는 현재의 연장선상이다. 게다가 그 연장은 한이 없다. 현재의 진부함은 영원히 계속된다는 게 작가의 메시지다. 문제는 이 낡음에 대한 화자의 반응이 고도로 민감하다는 점. 구병모적 글쓰기의 특징은 사물들에 대한 모든 순간 모든 지점에서의 서걱거리는 느낌이다. 화자는 그 옆에 놓인 것들, 그가 만나는 것들, 스쳐 지나는 것들 모두를 지나치게 느낀다..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2회 2021년 6월 독회의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우리 집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에 “아직도 고3수험생처럼 사느냐”고 핀잔을 맞곤 하는 사람이 있다. 워낙 바탕에 갖춘 게 없어서, 열심히라도 하지 않으면 뭔가 늘 부족한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 불안해지니 쉼없이 몸을 놀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무언가 끊임없이 만들어내긴 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쓸모가 없어서 방치되어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버려진다. 그가 그렇게 사는 건, 그렇게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 수밖에 없기 때문. 뜬금없이 사생활의 못생긴 조각을 들추어낸 건, 구병모의 소설을 읽다가 뭔가 유사한 점을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