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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글

기 소르망의 『엿같은 것들에 관한 사전』

비평쟁이 괴리 2021. 4. 2. 05:32

요 며칠 동안 몇몇 신문에서, 기 소르망Guy Sorman이 영국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화하였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성착취를 폭로했다는 충격적인 문구가 들어 있었다.

문제의 인터뷰는 소르망이 최근에 발간한 저서, 엿같은 것들에 관한 내 사전 Mon dictionnaire du Bullshit(Grasset, 2021.02)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구해서 보았더니 그 책은 프랑스 지식인들의 이중 인격double morale’을 비난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푸코에 관한 이야기는 소아성애Pédophile’라는 장에 나온다.

처음에 2020년 프랑스 문화계를 들쑤신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과 가브리엘 마츠네프Gabriel Matzneff의 소아성애를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하는(폴란스키의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졌었던 1977년의 사건인 것 같아 의아했는데, 구글링으로 검색해보니, 1975년 일어난 사건에 대한 또 다른 폭로가 201911월에 있었다), 이 장()은 사르트르에 대한 힐난(“그의 무수한 정복담들은 모두 성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을까?”)을 매개로 해, 푸코가 벌인 행각에 대한 당혹스런 묘사로 넘어간다.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가브리엘 마츠네프는 텔레비젼에 나와 소아성애에 대해 떠벌였고 자기 경험담을 형편없는 책으로 내기도 했다. 1970년대의 스타 지식인이었던 푸코가 그보다 더 멀리 나갔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그는 모든 법과 모든 규범들은 본질적으로 국가와 부르주아에 의한 압제의 한 형식이라고 생각하였었다. 1977년엔 그의 이론적 입장의 결과로서, ‘성관계 연령 제한의 폐지suppression de toute majorite sexuelle legale’ (운동)에 서명하였다. 서명자들 중에 마츠네프가 있다는 건 놀랄 게 없다. 그러나 아동 정신분석학자인 프랑수아즈 돌토Françoise Dolto가 포함되었다는 건 경악할 일이다. 그들은 ‘아이’의 동의라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이 완전한 해방이라는 대의를 푸코는 스스로에게 적용하였었다. 나는 그가 튀니지에서 어린 소년들을 돈으로 사는 걸 보았던 걸 털어 놓고자 한다. 그는 그 행위를 두고, 이 아이들에게도 향락의 권리가 있다는 핑계를 대었다. 그는 ‘시디 부 사이드 Sidi Bou Saï̈d’ 묘지에서 아이들과 […] 만났다. 푸코는 이 희생자들에게 일어난 일을 미친 듯이 비웃어대곤 했다. 어쩌면 그들이 한 늙은 백인 제국주의자의 제물이었다는 사실을 잊으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의 작은 노예들이 자유 의사에 의해 동의한 일이었다는 것을 믿고 싶어했다고 말하는 게 더 나으리라.”

 

이 묘사 자체가 '성착취'에 대한 폭로인지 여부를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사실이 정확하게 밝혀지기까지는 뭐라 말하는 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다만 이 묘사가 무언가 모호한 덩어리를 감추고 있다는 건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는 정말 묘지에 가서 내가 번역에서 생략한 행위를 보았나? 왜 장소만 있고 날짜와 시간이 없을까? “이 아이들에게도 향락의 권리가 있다는 말을 푸코가 정말 그에게 했을까? 했다면 어떤 맥락에서, 어떤 함의로, 어떤 말투로 했을까? 내가 미친 듯이라고 번역한 ‘éperdument’은 정확히 어떤 표정, 어떤 동작을 가리키는 것인가? “낄낄대면서”? “히죽거리면서”? 푸코가 정말 그런 모습을 바깥으로 드러냈을까?

한 가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건, 기 소르망은 명백한 드골주의자라는 것이다. 드골주의자들은 법의 한계너머로 튀어나가려고 하는 프랑스 지식인들의 오래된 충동을 결코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그 충동의 폭주의 결과로서 드골은 1968년 결국 하야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나는 1968년의 사건에 대해서도, 또 그 주도자들의 훗날의 변신에도 완벽히 동의하지 않는다(최근 TV5에서 본 다니엘 콩 방디 Daniel Con Bandit의 호인풍의 모습은 나를 무척 곤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나는 드골주의자들에 대해서는 더욱 동의하지 않는다. 저 충동 밑에 잠복하고 있는 이성의 기만에 대한 끔찍한 환멸을 드골주의자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그 환멸이 창출한 프랑스 철학의 깊은 골짜기를 단순히 관광 명소로 알 뿐이다. 그들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글자가 씌어져 있는 종이 한 장의 두께로 이루어진 사람들이다. 그 종이의 뒷면에 톨레랑스혹은 대범함이라는 글자가 씌어져 있는 건 그래도 생각할 마음의 여백을 제공한다.

 

“사르트르에게 추호의 공감도 하지 않았을 게 틀림없는 드골 장군은 경찰에게 그를 절대로 체포하지 말라고 명령하였다. 사르트르가 설혹 법을 위반할 때라도 말이다. ‘볼테르를 감옥에 넣을 수는 없다’고 드골은 말하곤 했다. 이 두 명의 이중인격의 추종자들을 하나로 동일시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