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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극적 사건들의 대비가 강렬하다 - 이주혜의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본문

※ 아래 글은 제 53회 동인문학상 마지막 독회에서 선정된 후보작에 대한 인터넷용 심사평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이주혜의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창비, 2022.07)에서는 에피소드들이 극적 사건을 이루면서 그 각각의 묘사가 박진한 게 돋보인다. 그의 묘사는 유사성의 선을 따라가지 않고 대조의 선을 따라간다. 그것이 그의 묘사의 색깔을 선명하게 하는 원인이다.
사물들의 대비, 성격 차이, 의도와 오해,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즉 대상, 성질, 행동, 동경... 달리 말하면, 명사, 형용사, 동사의 각 시제들 모든 곳에서 대조가 발생한다.
이런 대조 묘사들은 더욱 발전해, 에피소드들 간의 대조로 확대되면서, 작품 전체를 적흑(赤黑)의 사방연속무늬, 혹은 프랙탈로 채운다. 잘 알다시피, 이 단순한 대립이 수없이 되풀이되다 보면, 우리는 문득 예측하지 못한 화려한 스펙타클에 주술에 걸린 듯 빨려 들어가게 된다.
독자와 작가, 공히 물어 볼 한 가지가 있다. 이 대조의 매개제의 성격은 무엇인가? 그것은 제유적인가, 은유적인가, 환유적인가? 혹은 자의적인가 필연적인가? 감각적인가, 정신적인가? 그 성격에 따라 대조의 두께가 달라지고, 대조의 울림의 폭이 달라지며, 그 방향과 효과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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