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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완벽한 생애를 이루는 작은 사람들의 협심 -조해진의 『완벽한 생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완전한 인간에 대한 소망이 봄바람처럼 일렁인다. 그 소망은 ‘칼로카가디아’ 등의 고전적인 용어로뿐만 아니라 ‘완전체’같은 청년들의 유행어에도 배어 있다. 인간의 내장에 각인된 본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월은 소망을 퇴색시킨다. 문명이 발달하고 거대해질수록 인간은 점점 왜소해진다. 어느날 그는 수레바퀴 자국에 깔린 붕어처럼 납작해진 자신을 보고 절망한다.. 조해진의 『완벽한 생애』는 말한다: “모든 삶은 흘러갔다”; 이제 “낙원이 있다고 믿는 희망은 기만적”이다. 그러나 희망을 단념할 때 비로소 진정한 결심이 선다. 작가는 가난, 정치적 자유, 사내 왕따, 동성애, NGO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기웃거리게..
응모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시로서 평가받으려면 일반의지의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도약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솔직한 감정이라고 생각한 게 꼭 솔직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현의 장르인 소설과 달리 시가 자기 심사의 표현이라는 널리 알려져 있는 정의에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깊은 응시와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항목이 숨어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둘째 대상을 묘사하는 데에 있어서 대상과의 심리적 상호작용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똑같은 묘사이지만 소설의 묘사는 개진적이며, 시의 묘사는 통찰적이다. 즉 대상의 면모를 하나의 순간에 집약시킬 수 있..

※ 아래 글은, 2021년도 '동리•목월 문학상'의 시부문(목월문학상) 심사평이다. 심사는 김사인, 황인숙, 정과리가 했고, 심사평은 정과리가 집필했다. 심사위원들은 조용미 시인이 새 시집 『당신의 아름다움』(문학과지성사, 2020)에서 일취월장의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발견한 기쁨을 이구동성으로 토로하였다. 미적 취향이 각별히 섬세했던 시인은 이제 “생의 확고부동함과 지루함에 몸져” 눕는 경험을 통과하면서 “아는 말을 반쯤” 버릴 줄을 알게 된 것이다. 이로부터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 무엇보다도 생체험에 근거할 뿐만 아니라 그 체험의 진실성을 스스로 납득하는 데서 오롯이 불이 붙는 시의 슻이 구워졌다는 데에 있겠다. 이로써 시인은 세계의 문제를 자신의 몫으로 수용하는 동시에 그 몫을 제 몸 변신과 세계..

※ 아래 글은 2021년 이상문학상 심사평이다. 「문학사상」 2월호에 실렸다. 잡지의 다음호가 나와서, 블로그에 싣는다. 덧붙이자면, 나는 작품 분석 속에 한국소설에 대한 당부를 심으려고 나름으로 고심하였다. 소설 공부를 하는 분들에게는 참조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 소설의 심줄 혹은 문장의 가치 ▶ 개관 시방 한국 소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한국 소설은 점점 독자들의 취향이 유효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경향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그것은 고급 독자들이라 할 수 있는 비평가들의 비평적 활동 및 파장 범위가 현격히 약화된 반면, 일반 독자들의 다양한 감상들이 유사성의 증대를 통해 몇 종류의 트렌드를 이루면서 독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출판사를 매개로 한 작가들이 그 영..

※ 아래 글은 2020년 『문학사상』신인문학상 심사 총평으로 씌어진 것이다. 해당 잡지의 11월호에 실렸다. 달이 넘어가 잡지의 가정적 유효성이 소실되었으므로 이 란에 싣는다. 원하노니, “너희 시작이 기묘하니, 너의 끝은 창대하리라” ‘신인문학상’ 심사가 예년처럼 풍성하게 치르어졌다. 1380편의 시, 284편의 중단편 소설, 그리고 35편의 장편소설이 응모되었다. 평론 응모작이 20편으로 소략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심사자가 40여년 전 신춘문예로 등단할 때도 투고작이 15편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평론 지원자들의 수량은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한국인들의 감성주의와 연관이 있을 듯하다는 짐작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밝히려면 좀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여하튼 평론이 미적거리면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