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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1950년의 한국전쟁이 왜 문제가 되었나? “세계적인 입장에서 볼 때 부차적이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내란’이 일어났을 뿐인데, 서양의 지식인들이 왜 그리도 법석을 떨었을까? 무엇보다도 그 전쟁이 한국인들의 골육상쟁이기에 앞서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냉전 체제의 시험장이자 파열구였기 때문이다. 그 시각에서, 한국 전쟁은 지구를 두 쪽으로 쪼갠 거대 이념의 사활을 건 싸움의 무대이자 또한 앞으로의 세계의 향배에 대한 상징적 지표로 기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념의 선택과 마주해 있던 서양 지식인들로 하여금 한국전쟁을 긴박한 눈길로 바라보게 하고 치열한 논쟁에 휘말리게 한 까닭이다. 정명환․시리넬리․변광배․유기환, 네 사람의 공동연구서(민음사, 2004)가 공들여 재구..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2회 2021년 7월 독회의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 전반적 인상 작가 자신과 주변에 대한 고백적 글쓰기가 일종의 유행처럼 퍼진 게 상당히 오래 되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터지고는 한다. 이런 현상을 보다가 문득 프랑스의 한 작가가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때 신비평의 맹장이자 사르트리엥Sartrien이었던 세르쥬 두브롭스키Serge Doubrobsky는 1980년대 말년부터 소설가의 길을 걸었는데, 높은 평가를 받아서, ‘메디치 상’을 비롯 유수한 문학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한데, 그는 ‘자기허구 autofiction’라는 용어의 창안자로 문학사에 등록되었..

요 며칠 동안 몇몇 신문에서, 기 소르망Guy Sorman이 영국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화하였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성착취’를 폭로했다는 충격적인 문구가 들어 있었다. 문제의 인터뷰는 소르망이 최근에 발간한 저서, 『엿같은 것들에 관한 내 사전 Mon dictionnaire du Bullshit』(Grasset, 2021.02)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구해서 보았더니 그 책은 프랑스 지식인들의 ‘이중 인격double morale’을 비난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푸코에 관한 이야기는 ‘소아성애Pédophile’라는 장에 나온다. 처음에 2020년 프랑스 문화계를 들쑤신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과 가브리엘 마츠네프Gabriel 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