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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한국시인협회에서 발간하는 『한국시인』 2022년 가을, 겨울호에 발표한 것이다. 잡지가 발간된지 시간이 꽤 경과했다고 판단하여, 블로그에 싣는다. 1. 시정신을 이용하는 정치공학 ‘시정신(詩精神)’이란 무엇인가? 그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아마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샤를르 보들레르가 1856년 1월 9일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정신과 기사도적 정념보다 세상에서 더 소중한 건 없습니다”[1]라고 썼던 일이리라. 이 널리 회자된 구절에서 ‘시정신’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문구 안에는 별도의 정의가 없기 때문에 이 인용문만 접한 사람은 ‘기사도적 정념’과 유사한 어떤 정신을 가리킨다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사도적 정념’ 역시 모호한 용어이긴 마..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제 52회 2021년 7월 독회의 심사의견으로 제출된 것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신문사의 양해를 얻어 블로그에도 싣는다. 정한아의 주인공들은 전형적인 보통사람들이다. 예전에 ‘전형의 창조’를 소설의 핵심과제로 역설했던 평론가가 있었는데, 그 양반이 살아 있다면 증거물로 내놓고 싶을 정도이다. 물론 평론가와 작가가 내놓는 전형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평론가가 요구한 것처럼 영웅적 전형들이 아니라, 현실에서 좌절하고 소심하게 숨어드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오늘날에도 영웅적인 사람들, 즉 널 뛰듯 날뛰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대체로 그 광분(狂奔)들을 보고 넘긴다. 내 생계가 더 급하기..
이건수 교수가 편역한 『보들레르의 수첩』(문학과지성사, 2011)의 ‘여는 글’은 「문학청년들에게 주는 충고」이다. 이 글 안에 두고 음미할만한 대목이 있어서 적어둔다. “내가 좋아하고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 중 여럿은 외젠 쉬, 폴 페발 등 요즘 활동하는 산문가들이 최근에 얻은 명성에 대해 분노를 터뜨린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비록 경박할지언정 나름대로 재능이 존재한다. 내 친구들의 분노는 우스꽝스럽거나 거의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이같이 화내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세상사 중에서 가장 무가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심혈을 기울여 완벽한 형태를 갖춘 순수문학이 유행을 타는 대중문학보다 우월한가 어떤가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그 답은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하지만 이 답 또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