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Albert Camus (2)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20세기 중반기를 풍미한 프랑스의 사상가․문학인들 중에 카뮈Albert Camus만큼 한국 독자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셍-텍쥐페리Saint-Exupéry는 청소년을 위한 작가였고, 보브와르Simone de Beauvoir는 여성들의 작가였다. 말로André Malrlaux는 명성보다 훨씬 적게 읽혔다.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으나 그 영향은 지식 사회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었다. 카뮈만이 유일하게 계층과 직업과 성별이 편중되지 않은 애독자를 가진 작가이다. 왜 그러할까? 태양의 눈부심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뫼르소Meursaut(『이방인L'étranter』)의 돌출한 행동 때문에? 아니면 역병이 만연한 도시에서 순교자적 열정으로..

※ 이 글은 계간, 『문화와 나』(삼성문화재단) 2020년 가을/겨울 호에 「감염병의 인류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던 것이다. 잡지가 간행된 지 시간이 꽤 흘렀다고 판단되어, 블로그에 싣는다. 1. 미래가 없는 인내 옥스퍼드 출판사의 ‘짧은 소개’ 총서에 포함되어 있는 『팬데믹Pandemics – 매우 짧은 소개』는 ‘감염병’에 대한 기술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감염병은 통상 특정한 시기에 예기치 않게 일어나 광범위하게 퍼진 질병 사고를 말한다[i]. 그러니까 감염병은 ‘사고’다. ‘사고’의 성격은 ‘예측할 수 없었다’는 데에 초점이 놓인다. 미리 대비할 수 없고, 원인을 모르니 실상을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대강의 윤곽을 그려보기도 전에 지나가 버린다. 지구상의 생명이 사고를 견딜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