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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1972년 새해의 겨울,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참으로 귀하게 얻은 휴식 속에서 나는 한국문학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삼중당에서 나온 ‘한국대표문학전집’을 합격 기념으로 부모님께 받은 덕분이었다. 12권에 담긴 그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다 흥미진진하였다. 박종화 선생의 『금삼의 피』같은 통속역사소설도 박진하였고, 이상과 장용학의 난해한 의식의 흐름도 내 전두엽을 왕성히 발동시키고 있었다. 이 시기의 독서가 결국 나를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한 최초 원인이 되었다. 제 6권이 ‘심훈•황순원’편이었고, 거기에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일월』그리고 단편 소설 약간이 수록되어 있었다. 내가 왜 특히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 매혹되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른다. 아마도 동호, 현태, 윤구 세 친구의..
지난 호들을 통해 1930년대에 행동과 관조의 분화가 일어났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이 사건의 원인과 성격과 양태들을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 우선 이 사건의 근원에는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이 동시에 있다. 특수한 원인이란 한반도의 현상에만 작용하는 원인을 가리킨다. 그 특수한 근원을 ‘3.1운동의 좌절’, 즉 독립선언의 실패에서 보았다. 보편적 원인은 모든 일에 공통적으로 개재하는 것이다. 어떤 현상의 탄생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행동적 층위와 성찰적 층위,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바꾸어, 존재 층위와 의식 층위로 분화된다는 것이다1). 이 얘기를 하는 까닭은 특수한 원인이 자칫 이 분화를 부정적으로 인식케 할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오히려 이 분화는 성장의 표지이다. 이것은 부정적 상황을 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