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국소설 (3)
정명교(정과리)의 문신공방

※ 아래 글은 2021년 이상문학상 심사평이다. 「문학사상」 2월호에 실렸다. 잡지의 다음호가 나와서, 블로그에 싣는다. 덧붙이자면, 나는 작품 분석 속에 한국소설에 대한 당부를 심으려고 나름으로 고심하였다. 소설 공부를 하는 분들에게는 참조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 소설의 심줄 혹은 문장의 가치 ▶ 개관 시방 한국 소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한국 소설은 점점 독자들의 취향이 유효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경향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그것은 고급 독자들이라 할 수 있는 비평가들의 비평적 활동 및 파장 범위가 현격히 약화된 반면, 일반 독자들의 다양한 감상들이 유사성의 증대를 통해 몇 종류의 트렌드를 이루면서 독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출판사를 매개로 한 작가들이 그 영..

* 아래 글은 '동인문학상' 7월 독회에 제출된 나의 의견이다. 조선일보의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조선일보의 양해를 얻어 여기에도 싣는다. 세상이 어찌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건지 젊은 소설가들의 감각이 쉬 와 닿지 않는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술 한 잔 하겠느냐”고 말을 건네는 사귐법은 아주 낯설다. 생활이 문란한 연예인을 두고 “완전 난봉꾼이라니까요”라고 표현하는 것도 나에게는 자연스런 표현이 아니다. 하긴 요즘 유행하는 ‘현타’라는 말을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 두뇌에 정전이 일어난 적도 있다. 인터넷에 익숙한 이들이라 전 세계의 기발한 용어들과 희귀한 사례들을 능란히 끌어오는데 정작 한국어 사투리는 사전을 아무리 뒤적여도 모르겠다고 한다. “오두망질”이란 촌로의 말을 조금만 궁리하면 ‘우두..
소설은 결국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오늘의 한국소설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그것의 결핍이기 때문이다. 소설이 한반도에 뿌리를 내린 이래,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가 백출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마치 짧은 꼬리 혜성들 같은 게 태반이다. 첫 장의 이야기와 문장이 신기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반의 반도 가지 못해 벌써 이야기가 꼬이고 인물들이 뜬금없이 사라지곤 한다. 억지로 아귀를 맞추지만 중간 중간에 벌건 흙이 흉하게 드러난 소출 적은 부실한 농토 꼴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텅 빈 자리를 메꾸려고 본래 이야기와 아무 연관도 없는 잡담용 삽화들을 집어넣기도 한다. 발자크Balzac의 ‘인간희극’이 삽화épisodes들의 총체이고, 차라리 삽화들의 연관관계가 그..